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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feat 트럼프 vs 머스크

by Emile
트럼프 vs 머스크


서로를 성범죄자와 마약쟁이라고 비난하며 선을 넘는 초딩식 싸움을 벌이던 트럼프와, 머스크는 급기야 신에게 누가 더 나쁜지 가려 달라고 판결을 요청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나쁘다는 것을, 그러나 상대방이 더욱 나쁘고, 먼저 배신했다면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공정한 신만이 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인간의 법정이 아닌 신을 재판관으로 선택했을까? 그것은 트럼프와 머스크 둘 다 모두 자기자신을 신급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신과의 회의의 컨설턴트에서 갑자기 법정의 서기로 알바를 뛰게 된 나로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현재의 무당들이 '관우'나 심지어 '맥아더'를 신으로 모시는 경우로 볼 때 그들의 사후 수십 년이 지난 후면 트럼프나 머스크를 신으로 모시는 무당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트신'이나 '머신'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이만큼 신발이 강한 자들이 또 있을까? 미리 '트신'과 '머신'으로 영업할 수 있는 분양권을 전매하노니 무속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연락 주기 바란다.


신의 재판권


한편으로는 신도 재판에는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신은 원래 입법, 행정, 사법, 3권을 모두 가진 절대적 존재였다. 신이 법을 내려 주고, 신이 직접 지도해 주고, 신이 심판까지 내려주는 것이 한 세트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요즘 신은 어디 법을 내려주는가? 오히려 인간의 법망에 걸려 신은 이 땅에 내려오자마자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바로 트럼프로부터 추방당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신이 인간의 일에 직접 개입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신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공무원들은 관행에 따라 신의 양식 없는 요청에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며, 신을 증명하는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신이 신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자백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아직도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사법권이었다. 신은 사후에 심판을 빌미로 재판관으로서 마음대로 판결한 지위를 그나마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신의 마음에 들면 천국, 마음에 안들면 지옥. 그리고 그 강력한 판결권은 신의 대리인을 사칭하는 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하고 있었고, 땅에서도 재판정에 앉아있는 자들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게 하였다. 이렇게 '트신', '머신', '법신' 등 신이 넘쳐나니 어디 신의 말이 씨알이 먹히겠는가?


신의와 배신


트럼프는 머스크가 해고되는 것에 앙심을 품고 미쳐버렸다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양복을 입지 않고 티셔츠를 걸치고, 모자를 쓰고, 오만방자하게 자기 앞에 어슬렁거렸을 때도 다 참아주었는데 자신의 치부와 약점을 들추어 가며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성범죄 같은 약점은 머스크와의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며 자신은 오로지 미국을, 아니 자신의 지지자 미국인들을 위해 일하는데, 머스크는 자신의 권력을 시기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비해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자신이 쓴 돈이 얼마인데, 그 신의를 이용만 해 먹고 자신을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자신은 신념이 중요한데, 트럼프는 그 신의를 저버렸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이 세상에서 굽신 거리는 사람이 없는데 오직 트럼프 앞에서는 예의를 차려 행동했으며, 이제 와서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거나 그동안 트럼프에게 시간을 불사른게 아까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진정 미국을 위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자신에는 권력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으며 사업가로서 응당 신의를 지킬 것을 요구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신의 주관 vs AI의 객관


신이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했다. 세계 최고 권력자와 세계 최고 부자가 과연 둘 다 천국에 올라갈 수 있을까? 아니면 둘 다 지옥에 떨어질까? 하지만 이 재판은 그런 것을 판결하는 자리는 아니다. 트럼프와 머스크 중 누가 더 잘못했는지, 그러므로 조금만 잘했으면 이기게 되는 것이 결과였다.


"트럼프 윈!"


"아이고야 갑자기요?" 신은 트럼프가 신에 대해 신념은 잘 모르겠지만 '신자'에 더 가깝다는 이유와, 그에 비해 머스크는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 과학 기술자가 싫다는 사유로 그냥 기분상 트럼프가 덜 나쁘다고 판결한다고 했다.


아니 다시 "50 : 50!"


신은 그러나 다시 판결을 뒤집었다. 지난번 언급한 바 있는 신의 AI 시스템 ChatGOD에게 물어보니 현재는 50:50이라며 아까는 너무 신의 주관이 개입되었었다며 그렇게 다시 판결했다.

"아무리 주관적인 신이라도 이제 객관적인 AI의 판단도 참고해야지"


"OMG"

"과학 기술자라서 싫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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