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이란 이스라엘 전쟁
신의 후회
신은 오늘따라 매우 긴장되고 상기된 모습이었다. 물론 신의 표정을 직접 보고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텁지근해서 비라도 내릴 듯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더위에 상기된 내 모습이 신의 얼굴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생각되었다. 신이 이렇게 신 답지 않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때문이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인간들의 전쟁이 아닌, 자세히 보면 신들의 전쟁이었고, 그 전쟁의 깊은 배경에는 신의 잘못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신이 훗날에 재판에 회부된다면 이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지 못하고, 신의 과오로 말미암아 전쟁이 빈번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신은 신의 자리를 박탈당할지도 모를 만큼 위중했다. 그만큼 전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신에게 셀 수 없는 원망과 민원이 빗발치는 사건이었으며, 신으로서도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신은 인간의 세상에 전쟁을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의 기원
그렇다면 이렇게 좋지 않은 전쟁은 왜 생겼을까? 그것은 인간의 전쟁 이전에 신들의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은 마치 전혀 싸우지 않고 세상의 가장 평화인 척하고 있지만, 신의 욱하는 옛 성격과, 질투의 화신이었던 전력으로 볼 때 가장 먼저 전쟁을 벌였던 것은 신들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대리전까지로 확산되어 인간에게까지 전쟁의 기술을 전수하며 전쟁을 부추겼고, 이러한 신들의 이름을 빌미로 한 무수한 전쟁 끝에 무고한 희생자들이 수많이 발생했다. 전쟁으로 인해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자들에게 어찌 신이라도 다른 잘잘못을 따져 심판할 수 있으랴? 아무리 신이라도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그들에게는 신이라도 몇 배가 넘는 배상으로 전쟁을 일으킨 신의 잘못에 대해 천국 이상의 보상을 지불해야 마땅한 일이 되어 버렸다.
신의 과오
이렇게 신들의 전쟁으로 신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자, 신은 평화의 대타협을 이룩해 내고 전쟁을 억제하기로 한다. 물론 이때부터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어떠한 신전도 불허되었다고 봐야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신의 피의 맛을 본 자들이 어찌 전쟁을 쉽게 멈추었겠는가? 인간은 이제 신의 대리전이 아닌 신을 볼모 삼아 전쟁을 즐기게 된다. 스스로 지옥을 창조해 낼 수 있다고 믿으며 인간을 스스로, 그리고 서로 심판했다. 인간은 전쟁을 통해 죽어서 지옥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살아서 지옥을 경험한다. 여기에 바로 신의 결정적 과오가 있으며 전체적으로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신의 이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려거나 일으킨 자들은 마땅히 신이 금지한 전쟁을 벌인 대가를 특정범죄가중처벌죄로 더욱 크게 물어 지옥의 44배 승수로 할증했어야 할 일이었다. 신은 전쟁에 대해서는 특별 심판부를 두어 이렇게 신의 지위마저 위협한 극악을 끼친 인간에 대하여 엄히 다스리고 회개고 사면이고 용서 같은 것을 절대 해 주면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신은 그러지 못했다.
더군다나 문제는 지금까지 어떠한 신의 아들도 직접 현대의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대 복무 이력은 물론이고 대규모 전투, 미사일과 드론 공격, 전투기가 정밀 타격하는 것을 어떤 신의 아들이 경험해 보았을까? 신의 아들은 군대 면제인데 그랬을 리 없다. 그러므로 군대의 참혹함도 모르는데 전쟁의 참혹함은 더욱더 감이 안 올 일이었다. 그러므로 신을 앞세워 전쟁을 더욱 쉽게 생각할 것이 문제였다. 이제 아무리 신의 사자라도 단순한 마술 정도의 기적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 신의 사자는 어벤저스급 슈퍼히어로 이상이어야 할 이유다. 더군다나 전쟁은 더 이상 단순히 인간과 인간끼리 칼과 총으로 싸우다 다치고 죽는 일이 아니다. 대량 살상무기를 동원한 전쟁은 신들의 전쟁에 버금가며, 핵무기까지 등장할 경우 신이 만든 세상을 인간 스스로 허락도 없이 끝장낼 판이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그렇게 인상만 쓰고 있지 말고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신은 커져버린 전쟁이라는 판에 쉽게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듯 보였다. 신이라면 마땅히 이제 소원을 들어주는 일은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맡기고, 전쟁을 해결하는 것과 같은 보다 큰 일에 집중해야 할 터였다. 신은 조심스레 이번에야말로 컨설팅을 의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본질적으로 동물 자체의 악의나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주로 사람, 즉 보호자의 양육 방식, 환경, 오해 등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개를 '좋은 개'와 '나쁜 개'로 나누지 않고, 문제 행동 역시 '나쁜 행동'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에 불편한 행동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 주요하다. 그러므로 개에게는 근본적으로 악한 의도나 행동이 없으며, 단지 인간과의 소통과 규칙을 배우지 못했거나, 사람, 즉 보호자의 잘못된 행동이나 환경, 오해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은 반려인간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기보다는, 신의 양육 태도, 환경, 소통 방식 등 신 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면 사람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를 설명한다.
개로 환생
"그럼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다음 생은 일단 개로 태어나게 해야겠구먼"
"OMG"
'일단 개로 부활, 아니 윤회시킨 다음 조질 것, 아니 변화시킬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