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단군 조상님의 미분양 떠안기
"우리나라는 지정학 적으로 그지(거지) 같은데 위치해서..."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아니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지 같은데"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항상 교과서 같은데 보면 나왔었지요. 단군 조상님이 '지정학' 적으로 뭔가 땅 뽑기를 잘 못 한 느낌 말입니다. 아파트로 말하면 아무도 사지 않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비싸게 떠안은 상황입니다. 땅은 콩만 한데 콩이나 겨우 심을 정도로 비옥하지 않고, 그 대신 산이 많은데 산에는 석유나 금 같은 돈이 될만한 자원이 없으며, 삼면은 바다인데 누군가 근래에 가스가 있다고 (개)사기를 치긴 했지만 겨우 오징어(게임) 정도가 나는 것 같고, 학교에 가보니 하필 옆자리에 앉은 주변 이웃국 들은 학교에서의 조폭 양아치이거나 그 꼬붕이었습니다.
지정학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이런 '지정학'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를 단순하게 산식으로 표현하면, 지리 + 정치 x 관계학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관계 앞에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를 붙였냐고요? 지리와 정치에 따라 급속도로 관계가 요상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요상한, 또는 위에 '그지(거지)'로 표현했던 전형적인 국가입니다. 지리적으로 하필 조폭의 사이에 끼어서 이쪽저쪽에서 다구리를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결국 몸이 두 동강 나게 맞고 대립까지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번 무역 협상(트럼프)에서 보았듯이, 대대로 이 양아치들에게 빵셔틀을 당하며 조공무역이 불가피했던 것이 다 이 '지정학'의 문제였습니다.
선과 담벼락
저자는 이러한 '지정학'의 여러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을 전달합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5대양 6대주가 과연 맞냐는 것이지요? 대표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나누는 기준은 사실 불분명합니다. 그냥 하나의 땅 덩어리에 불과한 대륙을 굳이 유럽과 아시아라는 두 개의 대륙으로 쪼개서 일방이 유럽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는 지리적으로는 명확한 산과 강 같은 경계는 없습니다. 이 분리는 지리적으로가 아닌 정치적으로 지도책에 자를 대고 선을 쭉 그은 것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미국의 멕시코 담벼락 정도를 세운다고 해도 지구를 인위적으로 나누는데 별 효과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 성과 담을 뚫고 다 오갈 것은 오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울과 그 외곽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지 경계에 불과하지만 어떠한 성과 담도 없음에도 엄청난 땅 값의 차이를 보입니다. 심지어 서울 안에서도 강남을 택한 사람과 강북을 고른 사람 사이에는 어느덧 신분조차 차이가 나는 경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므로 이 지도에 존재하는 가상의 선은, 만리장성이나 멕시코 담벼락 같이 눈에 보이는 선이 아니라,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우리를 통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목줄이 없는 강아지지만 그 경계를 벋어나지 못하는 개집에 매인 강아지와 전혀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지요.
메타버스와 신대륙
여기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드디어 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한 가상의 영토가 생겨나는 듯 보인 것이 생각납니다. 바로 '메타버스' 이야기인데요. 더 이상 발견할 신대륙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린 인류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달까지 탐험했다가 물없는 황무지임에 실망하고 그 대신 가상의 신대륙을 찾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메타버스 속의 땅이었습니다. 한때 메타버스 속 가상 도시의 땅을 분양받기 위해 광풍이 일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기대는 땅투기의 거품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천정부지로 올랐던 그 가상세계 속 땅값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메타버스'의 신대륙은 신기루였을까요? 매타버스를 대신한 AI는 과연 다시 '메타버스' 속 신대륙의 땅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단군 조상님 후손의 한계 극복기
다시 단군 조상님이 떠 앉았던 지방 미분양 아파트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단군의 후손들은 앉아만 있어도 아파트 값이 저절로 끝도 없이 오르는 강남 아파트 청약에 실패한 나머지,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지방 미분양 동쪽 끝 삼면 바다 조그마한 반도 아파트에 살며 엄청 열심히 쎄가 빠지게 일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시시 때때로 강남 아파트에 살며 삥까치 뜯는 조폭들에게 빵셔틀을 당하고 억울한 조공을 헌납하기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다행히 '지정학' 적으로 별 가치가 없는 이 미분양 아파트는 욕심 많은 옆동네 왜놈들 빼고는 그리 탐내지도 않았고, 그래서 겨우 아파트 마저 빼앗기는 것은 어떻게든 겨우 막을 수 있었지요. 아니 한번 빼앗기기는 했지만 다시 찾아오기까지 했습니다. 다 이것이 '지정학'적으로 단군 조상님이 그지(거지) 같이 지방에 미분양 아파트를 떠 안고 눌러 앉은 결과입니다. 그 후손들은 그것이 한이 되어 요즘은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어 미쿡땅 뉴욕에 가서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는군요. 아마도 최종 목표는 '지정학'적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어 미쿡 노른자 땅을 사들이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드디어 단군 조상님의 후손들은 대륙도, 국가도, 영토도 모든 '지정학'적 경계와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내맘 평점 : $$$+
한줄 서평 : 단군 조상님의 경계와 한계를 넘어서 (2025.10)
풀 리처드슨 지음 / 이미숙 옮김 (2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