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불멸의 유전자
새들은 아침부터 왜 노래할까?
예전부터 궁금해하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새들은 왜 저렇게 지저귀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일 수도, 시를 읊는 것일 수도, 수다를 떠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마 아침부터 도파민이 가득해 짝짓기를 위해 유혹의 노래를 흘리는 것일지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드는 또 다른 의심은 그것은 정말 노래냐는 것입니다. 응당 새라면 관습적으로, 또는 적을 내쫓기 위해 고함을 지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아이돌 가수 새
그래서 새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새들의 대답은 노래가 맞다고 합니다. 직업은 아이돌 가수이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신곡을 연마하고 작사, 작곡도 병행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경쟁이 치열합니다. 똑같이 다른 새의 노래를 따라 해선 어렵고 영혼을 울릴만한 노래를 불러야 하고, 신곡도 필요하고 하네요. 무슨 새 헤엄치는 소리냐고요? 정말이라니까요. 그래서 여기 새들이 노래한다는 것을 증명한 책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작가의 망상이 아니라 명망 있는 과학자로 데려 왔으니 하니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시렵니까?
불멸의 유전자
그 의문을 풀어줄 것은 '불멸의 유전자'라는 책이었습니다. 낯설 수도 있지만 꽤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후속작이라고 하면 좀 더 신뢰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새가 노래하는 아이돌인지 아닌지를 풀기 위해 선택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책도 '새'에 대해서가 아니라 '유전자'에 대하여 대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다만 평소에 새가 아침부터 노래하는 의문 때문에 이 부분이 결국 가장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다른 부분도 꽤 인상적이었지만 이 책은 다소 문과에게는 용어조차 난해한 '유전자', 즉 과학적 용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므로 읽고도 설명하기에는 쉽지 않을 듯 보였지요. 더군다나 수백, 수천만 년을 짧게 압축해 놓은 진화론과 유전자 영역은 꽤나 생소할 뿐만 아니라 거의 무지에 가까운 영역이었습니다. 도리어 그래서 이 책에는 엄청난 도파민이 담겨 있었지만요.
새들이 노래하는 이유
새가 아침부터 노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는 듯합니다. 정말 눈뜨자마자 짝짓기의 준비를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새가 짝짓기에도 유리할까요? 이것은 쉬운 문제입니다. 당연히 노래를 잘하면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대 창문을 열어다오"라고 세레나데를 멋지게 부르는 인간, 아니 새를 누가 마다하겠어요? 그런데 새는 유전된, 또는 부모로부터 배운 같은 노래만 부를까요? 아니면 배운 노래 말고도 새로운 곡을 창조해서 더 멋지게 부르려고 할까요? 이것은 난이도가 좀 있는 문제입니다. 저자는 같은 종의 새라도 조금씩 다른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주변의 소리를 듣고 그 음을 노래에 반영하여 편곡과 작곡을 하기도 한다고 하지요. 자신이 창조한 황홀하거나 섹시한 노래는 상대 새에게도 역시 황홀하고 섹시하게 들린다라나요? 이쯤이면 새는 단순히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작곡조이자 작사조, 편곡조도 겸하고 있는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짝짓기를 위한 열정과 수고는 인간뿐 아니라 새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꼭 짝짓기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기죽여 내쫓아 버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니 더 재미있습니다. 즉 이 근방에는 이렇게 최고의 노래를 부르는 아이돌 새가 이미 자리 잡고 있으니, 다른 수컷은 얼씬도 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도 그렇게 노래를 해 댄다고 하네요. 노래의 가사는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아닐까요? 그러니 노래 실력이 여간해서는 이 '새왕'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할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노래인 것이지요.
완전히 새 됐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래를 잘하고 더욱 소리를 가다듬는 유전자도 대물림되는 것이겠네요. 노래에는 자신 없고 그 너머 글을 겨우 쓰고 있는 것은 다 조상새 탓이라고나 할까요? 어쩌다 보니 '유전자' 책이 완전히 '새'책 처럼 되었습니다. 그래도 기쁘네요. 새들이 더욱더 노래를 갈고닦아 신곡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요. 물론 책에는 내용이 이처럼 비약적이지는 않습니다. 꽤나 학술적이고 논리적이라구요. 새만 나오지도 않고요. 그것은 오해 없길요.
불멸의 유전자
내맘 $점 : $$$$
한줄 서평 : 노래는 유전인가 창조인가?(2025.12)
리처드 도킨스 지음 / 야나 렌조바 그림 / 이한음 옮김 (202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