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하루키 T - 의미불명이지만
작가전문 사진작가
"작가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가 있다"라고 '루키씨'가 알려주었다. '엘레나 사이버트'라고 뉴욕에 가면 그리니치 빌리지 근처에 스튜디오가 있다는데, 출판사에 부탁할게 하나 더 생겼다. 홍보용 티셔츠를 만드는 것과, 실력이 확실하다고 하는 이 '작가전문 사진작가'에게 촬영을 맞기는 것이다. 특히 '작가'라는 명칭이 두 번 들어간 게 마음에 든다. 하지만 이 둘 다를 출판사에 요구하려면 꽤 글을 잘 쓰지 않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기에, 그전 보다 글을 좀 더 잘 써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무지한 무지티
그런데 이 사진작가의 페이버릿 의상은 무지 티셔츠라고 한다. 그래도 명색이 작가전문 사진인데 글씨가 하나도 없는 티셔츠는 아무 글도 쓰지 않은 원고지 같지 아니한가? 하지만 순진한 '루키씨'는 나처럼 말대꾸 한번 못해보고 무지한 무지티를 날름 입고 촬영에 들어갔겠지. '루키씨'에게 소개는 받았지만 티는 한글이 써진 것으로 내 맘대로 입을 것이라 미리 '사진작가'에게 이 글을 통해 알려준다. 그때까지 계속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케찹인지 고추장인지
'루키씨'는 전혀 작가답지 않게 무슨 뜻인지 모를 글자만 쓰여 있는 티도 자주 입는다고 한다. "아니 똥인지 된장인지, 이해하기 쉽게 케찹인지 고추장인지, 뭐라고 쓰여 있는지도 모르고 아무 글씨나 입는다고?"라고 놀렸지만, 남들도 보고 읽을 수가 없기에 안심하고 입는다나 뭐라나. '루키씨' 보기보다 소심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그런 만큼 알뜰한 '루키씨'는 중고 매장에서 구입한 티가 대부분이다. 티까지 중고를 입는 것은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멋있다는데 그의 개취를 존중하기로 한다. 하지만 내가 보낸 티를 받고 혹시 고마워 답티를 보내려거든 새것으로 골라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루키씨'보다 훨씬 예민하고 까다로우니까.
하루하루
문득 그에게 보내줄 티에는 이 '하루키 독서챌린지'를 기념하여 DAY BY DAY (하루하루)라고 의미 불명의 문구를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못 입는다기에 그나마 '루키'는 빼고 '하루'를 두 번 반복한 세심한 배려를 그는 알까 모를까?
*루키씨 : 미스터 하, 루키 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