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무라카미 T - 차분하게 무라카미를 읽자
KEEP CALM AND READ MURAKAMI
일본에서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책이 출판되면 홍보를 위해 티셔츠 같은 굿즈를 만드는 일이 꽤 있다고 '루키씨'는 말했다. 그래서 각 출판사에서 보내준 티셔츠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루키씨'라 해도 자신의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써진 티를 입고 다닐 엄두를 낼 수는 없었나 보다. 그런 티셔츠를 책이 나올 때마다 출판사에 꽤 많이 보내준 듯한데, 나한테 나누어나 주지, 벽장에 저런 귀한 티를 쟁여 놓은 '루키씨'를 나무랐다.
KEEP CALM AND READ EMILE
한 스페인 출판사가 만들었다고 하는 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무라카미를 읽자'라고 한 티셔츠가 맘에 들었다. 그래서 다음에 책을 내면 나도 출판사에 위와 같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에밀(레종)을 읽(치)자"라고-고양이 대신에는 종모양을 그리고-홍보 티셔츠 굿즈를 만든 후 '루키씨'에게도 한벌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티는 부끄러워 입지 못하겠지만, 다른 작가의 이름이라면-그것도 전혀 사람인지 종인지도 모르는 작가라면-흔쾌히 입을까 싶어서다. 그동안 '하구라 하루키'라고 놀린 것도 있고 미스터 하 '루키씨'라고 마음대로 버릇없이 친구 먹은 것도 있고-그는 전혀 모르겠지만-해서다. 하지만 '루키씨'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판사에서 아직 연락도 오지 않았는데, 대뜸 티셔츠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 당황하여 연락을 끊을 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EEP CALM AND CARRY ON
저 문구는 원래 'KEEP CALM AND CARRY ON (평정을 지키며 일상생활을 계속하자)'라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발발하기 전 영국 정보부가 민심을 안정시키고 패닉 발생을 막기 위해 만든 포스터 속 문구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전쟁 위기보다는 북카페에 더 어울리는 문구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한창인 요즘도 꽤 어울리고 괜찮을 듯싶긴 하지만, 아직 낼 책도 없는데 티셔츠부터 찍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
Emile's Collection
그런데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책에 티셔츠 굿즈를 잘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보다는 현재 옆에 있는 텀블러, 우산, 에코백 같은 것으로 굿즈를 만드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 지난번 브런치에서 만든 독서 챌린지 낚시 미끼용 '키링'도 괜찮았었는데, 어이 여바 브런치씨 이번에는 티를 한번 만들어 보겠는가? 아이디어를 빌린 대가로 'KEEP CALM AND READ EMILE'이라 적힌 티셔츠 한벌은 '루키씨'에게 보내주기 바란다. 그 대신 종은 포기하고 브런치 춘식이를 그림으로 쓸 수 있게 윤허하겠노라. 싫으면 진정(CALM) 하고, 티(TEA)도 괜찮고.
*루키씨 : 미스터 하, 루키 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