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씨의 티셔츠

feat 무라카미 T - 여름은 서핑

by Emile
루키씨


"미스터 '하'? 그냥 '루키'씨라고 부를게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미스터 하를 누가 '루키(rookie)'라고 불러 주겠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신참은커녕 고참, 쉽게 같이 놀아주지 않을 나이라고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그와 친구를 먹으며 한국식 성과 이름을 지어주었다. 봄선생 께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말씀이 우리나라에게는 있다고 그에게 들려주면서, 그러므로 "루키씨는 이제 꽃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구요"


티셔츠


'루키씨'의 이 말도 안 되는 책을 펼쳐보며 미소 짓는다. 티셔츠 책이라니, 그는 확실히 '루키'라고 부를 만하다. 아니 이런 '갬성'을 그 나이(2021년 출판)에 벌써 갖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미안해요 루키씨. 내가 장원영(아이브)이었으면, 이 책을 읽었다고 하기만 하면 '루키씨' 갬성을 이해한 루키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이 책을 몽땅 읽었을 텐데, 아직 그 정도는 못돼서요. 나중에 때가 되면 그때 이야기 해 줄게요" '루키씨'의 갬성에 비해 이 책을 이제 처음 접함에 대뜸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예술'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작가들의 모양은 너무 오래도록 사각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옷구경


이 책은 정말 부담 0.1도 없이 그저 헌 옷구경만 하면 된다. 책의 반은 티셔츠 사진이고 그 옷에 대한 이야기가 나머지 정도인 것 같다. 그것도 흔히 소개되는 잘 정돈된 명품 옷이 아니라 '루키씨'가 거의 입다가 대충 걸어놓은 듯한 '티 쪼가리'여서 더욱 그렇다. 티셔츠들은 요즘 같으면 철통(재활용 수거함)으로 직행했을 법한 밝지만 후즐그레이트 한 옷들이다. 이 티를 입은 '루키씨'를 떠올려 보면 역시 루키답게 젊게 옷을 입는 편이긴 하다. 그리고 티에는 반드시 그림이나 글씨가 새겨져 있는 쪽인데, 무채색에 무그림, 익명성을 선호하는 요즘 패션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그가 '루키'였으니까 망정이지 어디 고참이라도 있는 조직이었으면 그는 옷차림으로 잔소리 꽤나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몹쓸 취미


'루키'씨는 뭔가 모으는 습관이 있나 보다. 레코드가 그렇고 티셔츠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다. "뭔가를 모으는 몹쓸 취미를 가진 자여, 그것을 글로 쓸 수 있을 자신 있을 때만 모아라"라는 말이 우리나라에는 있다고 '루키씨'에게 전해준다. (처음 들어봤다고? 물론 그 말을 처음 한 자는 브문협 소속 E작가다.) '루키씨'는 아따 그러냐면서 자신은 그 모은 것들을 가지고 꽤 많은 글을 써 왔기 때문에 나름 착한 취미였다고 변명한다. 심지어 '루키씨'는 마우이 섬에서 단돈 1달러에 산 'TONY TAKITANI'라고 써진 노란 티셔츠를 가지고 '토니 타키타니'에 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썼고, 영화화 까지 되었다고 하니, 누가 오래된 티셔츠를 버리지 않고 쌓아 두었다고 그의 등짝을 때릴 수 있겠는가?


옷이 말을 할때


첫장에는 그가 한때 서퍼였음을 나타내는 코카콜라 글씨와 슬리퍼가 그려진 빨간색 티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모든 것을 이 티셔츠가 말해주고 있는것 같았고 딱히 설명도 필요 없을것 같았다. "루키씨 옷이 말을 하네?" 옷이란 입는 것인줄 만 알았는데 쓰고 말도 하는 그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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