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의 면모

feat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by Emile
재구매 의사


'무라카미' 제과점의 과자들이 제법 맛있었으므로 이번에는 빵을 하나 더 골라 먹어볼 요량이다. '하루키'의 제법 시그니처 빵들을 뒤로하고 구석에 잘 팔리지 않은 듯 보이는, 그러나 아직 풀이 죽지 않은 크로와상 같은 책을 하나 선택했다. 베어 먹어 봐야 이것이 크로와상인지 베이글인지 소금빵인지 아니면 크림빵인지 알게 되겠지만 의외로 이것은 먹을 수 없는, 그러나 입을 수 있는 이야기에 가까워 보인다.


하루키


지난 이야기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인칭 화자의 입장에서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좋았다. 그가 언급하는 음악이나 가수로 볼 때 확실히 나이차이는 좀 나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친하게 되어 놀려먹는 맛도 괜찮았다. 찐친은 원래 놀려도 화내지 않는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찐친의 면모


그런 면에서 책은 찐친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해하다 놀리고, 배우다가 집어치우는, 좋은 이야기 지만 귀등으로 듣고, 감동하지만 아닌척하는, 책이 아니고서는, 멀리 다른 나라에 사는, 그것도 죽어라 쓰미마셍이라 안 하는, 음악적 취향이 다른, 스포츠적 지향이 다른, 외계인과 거의 다른 바 없는, 지구 사람과 언제 의견을 나누고, 놀리고, 술잔을 혹은 책장을 부딪혀 넘겨 볼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책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책을 찾아 나서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한때 책을 같이 깔고 덮었던 친구였음을 기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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