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없는 줄 알아요

feat 일인칭 단수 - 일인칭 단수

by Emile
마지막 장이자 책의 제목


드디어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일인칭 단수'이다. 마지막에 어떤 글을 남겼길래 이 책의 제목으로 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러나 남아있는 페이지가 얇은 것으로 보아 별 이야기 아닐 수도 있다. 일인칭 단수는 지금까지 책의 내용으로 보아 그저 자신의 시점에서 본 개인적인 회상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보드카와 독서


'하루키'가 그 이름에 맞게 '하루'는 평소에 잘하지 않는 차림인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바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책을 보고 있는데, 한 여자가 나타나서 "그러고 있으면, 재밌나요?"라고 시비를 건다. "그러고 있으면?"은 "멋 부리고 혼자 바에 앉아서, 보드카 김렛(보드카와 라임 칵테일)을 마시면서, 과묵하게 독서에 빠져 있는 거"라고 구체적으로 까지 알려준다. 나도 좀 이상하긴 했다. 그가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이유는 가끔 이 옷들도 소외되지 않게 입어 준다는 설명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갔지만, 누가 '바'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단 말인가? 조명도 밝지 않아 책을 보기에도 어려울뿐더러 '술집'에서 '독서'는 그다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간단히 '맥주' 같은 것을 먹는 비어카페라면 모르겠지만 '보드카'에 '독서'라니, 보기에 따라서는 '좀 재수 없을 수 있다'라고는 생각하는-하지만 '하루키'니까 넘어가 주려는-찰나에 한 여자가 시비를 건 것이다. 어쩌면 관심을 가장한 시비일 수도. 하지만 하루키는 이 불쾌한 반응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다 바보 같이 그 자리를 꽁무니 빼듯 빠져나온다. 이 여자는 '하루키'의 친구의 친구라고 까지 했지만, 어디서 만났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수 없는 줄 알아요


그래서 이 장의 결말은 어이없게도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는 여자의 말로 끝맺는다. 뭐 해석하기에 따라는 기억할 수 없거나, 다른 시점의 기억의 파편의 불일치, 익명성의 혼란, 그런 것들로 갖다 붙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키'는 아마도 부끄러운 일을 적어도 어디서 하긴 했기에 꼼짝 못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의심한다. 그러고도 글을 쓸리는-그것도 책의 제목으로-만무하겠지만, 아마도 '하루키'는 어디 에선가 또 '구라'를 심하게 친 것이 분명했다. 지난 장에 원숭이와 말도 했으니,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며 '하구라'라고 놀린 바에 의하면 그렇다. 나는 이번에도 그가 바에서 어울리지 않게, 쫙 빼입고 보드카 칵테일을 홀짝이며 책을 읽고 있는-그렇지 않았겠지만 마치 여자를 꼬시려는 듯-모습에 놀리며 일갈한다. "재수 없는 줄 알아요"


삼인칭 단수


그렇게 '일인칭 단수'어이없게 끝이 난다. 일인칭 단수의 시점에서 그 이유는 어떻게든 '하루키'만이 알고 있을터, 그러나 그를 삼인칭 단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소 즐거웠다. 우리는 어쩌면 일인칭 복수, 또는 이인칭 단수 시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그러려면 내가 더 글을 잘 써서 유명해지거나, 그때까지 그가 아직 살아 있어야 하겠지만. 30년 만에 읽은 그의 책을 통해 적어도 세 개의 공통점을 발견했으니까, 앞으로 더 찾아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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