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무라카미 T - 햄버거와 케첩
햄버거
'루키씨'는 햄버거를 좋아하나 보다. 여행 간 미국에서 생맥주와 치즈버거를 주문하여 케첩을 잔뜩 뿌려먹을 기대에 부푼다. 지금이야 햄버거가 뭐 대단한 음식이냐고 여기겠지만, 패스트푸드 햄버거점이 처음 생겼을, 아니 이 땅에 처음 인천 상륙했을, 때는 정말 그랬다. 앉은자리에서 몇 개 정도는 게맛살눈 감추듯 먹어 치울 수 있을 만큼 맛났었다. 그러다가 햄버거의 자리를 피자가 차지하고, 피자의 자리를 파스타에 내어주고, 지금은 그 느끼왕 자리를 다시 로제 떡볶이가 탈환해 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루키씨'의 루키다운 나이로 볼 때, 일본도 아니고 미쿡 본토에 가서 먹는 햄버거 맛은 필히 맛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얼마나 맛있었으면 I PUT KETCHUP ON MY KETCHUP (나는 케첩에 까지 케첩을 뿌린다)라고 쓰인 빨간색 티를 입고 돌아다녔겠는가? 그러면 역시 햄버거와 케첩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 "좋네, 그 티셔츠"라고 종종 말을 걸었다고 한다.
빨간 운동화
이 이야기를 들으니 나에게도 "좋네, 그 운동화"라는 듯이 엄지손가락을 쳐들었던 어느 외쿡인이 생각난다. 아마 미쿡이었을 어느 공항에서 환승 대기 중이었는데, 홀로 길고 무료한 시간이라 공항 여기저기를 빨간 운동화를 신고 다이어트를 위해 배회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빨간 립스틱을 즐겨 부르는 취향은 아니었고, 어쩌다 보니 갖게 된 색깔이었다. 물론 국내에서는 당시로서는 튀는 듯한 앞서감에 놀림받기 딱 좋은 소재였지만, 미쿡 사람이-아마 흑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보기에는 "yo man 멋진데, 아주 좋아" 뭐 이런 뜻이었던 것 같다. "맞아 아임 꼬레아 햄스터, 아니 힙스터야"
케첩
'케첩 위에 케첩'이라는 문구에 루키씨는 어지간히 케첩을 좋아하는 미쿡인들을 놀리는 '자학 개그' 정도로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도 '밥 위에 밥', '김치 위에 김치'를 자연스럽게 먹는 꼬레안임을 볼 때 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들린다. 밥으로 고기를 실컷 먹었으나 꼭 마지막에는 진짜 밥을 볶아 먹어야 하고, 그 김치볶음밥에 다른 종류의 김치는 또 곁들어서 먹어야 하는 것이 꼭 '케첩 위에 케첩'과 다를 바 없다고나 할까? 아마 '루키씨'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갬성이겠지?
케찹파냐 마요파냐?
아 그리고 이 케첩티는 '하인즈'에서 나누어준 것이라고 한다. 케첩 하면 우리는 하인즈 아니고 '오뚜기' 인데 오뚜기에서도 이런 티셔츠 좀 만들어 케첩사면 사은품으로 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럼 문구는 뭐라고 넣어야 할까? "나는 케찹에 마요네즈까지 뿌린다"는 어떨까? 참고로 나는 케찹파는 아니고 이 집안에 유일한 치킨마요. 하지마요, 욘사마요의 후계 마요파(마요네즈파)다. 마요파 풋처핸섭(put your hands up)!
* 루키씨 : 미스터 하, 루키 씨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