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관우와 제갈량은 수많은 전투에서 꽤 멋지게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전쟁에서는 패배하고 만다. 이는 아무리 당신이 당대 최고의 무장 관우, 최고의 지략가 제갈량일지라도 이 생의 전쟁에서 결국 패배자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몇 전투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을지라도.
유비는 당신이 가진 근본적 한계와 약점을 나타낸다. 왜 조조가 아니고 유비였냐 하겠지만, 그 만남과 선택 자체가 국가나, 집안, 부모 즉 주어진 환경이었고 선택지는 달라질 수 없었다. 관우는 한때 조조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성정을 고려해 볼 때 그 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하였으리라.
왜 제갈량이 아니고 사마의인 것도 마찬가지다. 제갈량은 납작 엎드려 조조의 자리를 노렸던 사마의가 되기는 애초부터 맞지 않았다. 능력주의 제갈량은 동남풍처럼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 역시 전투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였지 전쟁에서는 아니었다. 제갈량은 그 식견으로 보아 알면서도 왜 확률 낮은 유비에 투자한 것이었을까?
관우와 제갈량은 오히려 한계와 약점을 갖은 유비라는 기업을 통해 이상의 실현이 가능하리라고 본 것 같다. 만약 관우와 제갈량이 손을 잡고 유비를 어느 순간 제거했더라면 정말 그랬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당대 최고의 무장과 지략가라는 빛나는 투자는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언정 멋진 수익으로 되돌아 오진 못했다. 투자와 역사는 안타깝게도 조조와 사마의처럼 어두운 피의 전쟁으로 빼앗은 전리품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철저히 탐욕스러웠고 계산에 따라 유비를 제거하고 수익을 챙겼을 인물들이었다.
그렇게 당신은 오늘날 글쓰기라는 몇몇 전투에서 멋지게 승리하지만, 투자라는 전쟁에서는 힘겹게 패배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현실의 한계와 약점을 글쓰기라는 이상에 제갈량처럼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은 항상 조조나 사마의 같은 투자자들이 철저한 탐욕과 계산으로 전리품처럼 챙겨가는 것이 현실의 자본시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주식시장 같은 현실의 전쟁에서 속절없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의 전투 속 빛나는 몇몇의 승리의 경험을 의지삼아 쓴 작품이 바로 삼국지라고 생각된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한 조조나 사마의에 투자하지 않아서 역사서가 되지는 못했지만 탐욕스럽거나 계산적이지 않은 이상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관우나 제갈량과 작가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