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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l 09. 2024

모욕페이

feat 퇴사

임금의 구성은 일의 대가라고 생각하지만 모욕의 대가, 즉 '모욕페이'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위에서는 하는 일도 없이 많은 임금을 받아가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욕페이'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때는 말이다.


그러나 윗사람은 일을 적게 하는 대신, 혹은 전혀 일을 하지 않을지라도, 고용주가 쌍욕을 먹을 모욕을 대신 먹는 일이나 심지어 위사람이 싼 똥을 치우는 일과 같이, 일과는 하등 관련 없는 모욕을 감당하며 임금을 챙긴다.


그 모욕은 혼자 감당하기에는 기분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일정 부분은, 또는 그 이상으로, 아랫사람에 전가되는데 그러므로 당신의 임금에도 당연히 '모욕페이'는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갑을 관계에 있는 거래처의 대가에는 이 모욕페이가 상당 부분의 수수료를 당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면접 때 모욕감을 주며 일을 잘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모욕감을 잘 견디는 특별한 인재를 선발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특히 임원의 넘버원 자질은 무엇보다도 이 모욕감을 위로부터는 잘 견디고 아래에 깨끗하게 흘려보내는 데 있다. 특히 싼똥을 감쪽 같이 깔고 앉아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우기며 냄새가 난다고 하는 자들을 색출하여 모욕감을 주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한 것이다.


공무원 임금의 경우 이 모욕페이의 결정체라고 추정된다. 특히 총리 같은 경우 '모욕감통령'이라고 치켜세워 주고 싶은데, 대통령을 대신해 욕을 먹으며 그 대가로 모욕페이를 챙기는 것이 주요 임무이며, 모욕감을 즐기는 마조히스트의 경지에 이른 아름다움의 대명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욕은 상명하복 조직의 구조를 따라 유기적으로 아래로 전달되어 임금표에 따라 모욕페이를 공유한다.


그러나 모욕페이에 너무 길들여지면 모욕감이 둔화돼서 모욕을 주는 쪽의 쾌감이 떨어지고 오히려 더 화가 나게 만들게 된다. 이때가 모욕페이가 정점에 달하고 모욕감을 프레시하게 느낄 다른 존재로 교체할 시점인 것이다.


일부 근자감(근거 없는 자존감)이 높은 경우, '모욕페이'의 비중이 도를 넘을 때 자괴감을 느끼고 드디어 자체적 퇴사를 감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모욕페이'란 임금 구조를 잘 모르고 그저 일하고 받는 대가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능력에 비해 모욕을 주고받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이다.


그러나 퇴사하면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겪는데, 이는 '모욕페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 모욕감이 급감하며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올라간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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