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믿음은 겉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에 대한 믿음은 수시로 오류를 범한다. 기본적으로 '나'라는 존재는 믿어서는 안 된다.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믿는 순간 '나'라는 감옥에 빠진다.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나'라는 감옥에 빠져있다. '나'라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열등감과 비교의식에 시달린다. '나'라는 사람이 충만하다고 생각할 때는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여유로우며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 어째서 '나'는 부족할 때도 충만할 때도 한결같을 수 없는 걸까? 감정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생각과 행동은 왜 그런 감정에 휘둘리는가?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에 의해, 그리고 태어난 후에는 부모, 형제, 선생님, 친구, 동료, 배우자, 반려견, 뿐만 아니라 환경, 국가, 문화, 종교, 사상, 경제, 지역, 등등 무수히 많은 질서에 의해 씌워지고, 씌워지고, 씌워지고, 씌워지고, 덧씌워진다. 그렇게 겹겹이 씌워진 자신을 본래의 '나'라고 생각한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애초에 '나'라는 오리지널은 없다. '나'라는 존재는 스스로 만든 '나'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모든 것에 의해 만들어진 '나'이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감정, 기호, 생각, 행동, 심지어 본능까지 모두 만들어진 것이다.(실질적으로 내가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러한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오리지널이 없다는 것. '나'라는 *실체가 없다는 것.
나는 새까맣게 칠해진 종이 안에서 '나 발견하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흰 잉크를 묻힌 펜을 집어 들고 새까만 종이를 응시한다. 그리고 흰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다. 그렇게 나를 지우기 위한 글쓰기를 시작한다.
*실체 _ 늘 변하지 아니하고 일정하게 지속하면서 사물의 근원을 이루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