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의심하는 사람

by 기운찬

의심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이다. 예전에는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하고, 느끼고, 분석하고, 파악하고, 질문하고, 답을 내리고, 실수를 하고, 오류를 발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 하나, 방금 말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알 수 없음'은 우주의 이치, 진리, 신, 자연, 타인, 같은 외부 요소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인 본성, 감정, 이성, 행동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지금 하고 있는 의식적인 활동조차 스스로 온전히 파악하기 힘들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이 복잡하게 혼합되어 의식을 헤집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의식은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나는 의심을 한다. 특히 세계를 바라보는 '나'라는 프레임을 의심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잘하는가? 무엇을 못하는가? 행복한가? 불행한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 결국 그 끝은 '알 수 없다' 이다. 나라는 존재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은 나를 '나'로부터 분리시켜 준다. 거울이 없어도 내가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예컨대 불행을 느끼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은 단지 비춰지는 '나'일 뿐, 나의 실체가 아니다. 의심은 그런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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