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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Feb 28. 2021

7 # 전 정말 아무것도 안 한건가요?

휴식기 아니 공백기가 말하는 것

첫 회사를 퇴사하고 얼마간의 '적성 찾기 시간'을 지나, 나는 다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몇 번의 면접도 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매번 같은 질문 하나를 마주해야 했는데, 그건 바로 내 '공백기'에 대한 이야기다.


2:4로 진행된 한 면접을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두 명이 들어간 면접장, 내 옆자리에서 마스크를 올려 쓴 채 대답을 이어가던 지원자는 1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면접관은 어김없이 옆 지원자의 공백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다부지게 답했다.


“3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매일 하는 루틴한 업무 속에서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느껴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 여행을 다니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이직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쉬었다는 거네요?”


나는 그의 대답이 매우 진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접관은 그의 고민과 여행의 사간들과, 이직을 위한 준비를 ‘쉬었다’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마스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멍하게 답했다.


“퇴사 후에는 해당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이전 회사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의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사실 다 엉터리인 대답이다. 고작 한 줄, 하나도 진솔하지 않은 대답을 내뱉으며 나는 초단위로 나에게 실망하는 중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그는 내게 말했다.


“되게 열심히 산 것 같아서 부러웠어요. 이제 슬슬 취직하기는 해야 되는데 걱정이네요.”


“면접이니까..아니에요. 좋은 소식이 있으면 좋겠네요.”


횡단보도에서 구두를 구겨신으며 그와 인사를 나눴다. 아픈 발, 어색한 정장을 입은 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퇴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공백기에 대해 아무런 위기감이 없었다. 회사는 많고 내 몸 하나 안착시킬 곳이 없을까! 하는 대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퇴사 후의 시간을 ‘공백기’라고 말한다.


공백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나를 변명하기 급급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어떠한 활동을 매우 열심히 했답니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사실, 나는 좀 쉬었으며 글을 좀 썼고, 그 와중에도 마음의 불안이 시키는 대로 어학과 자격증 공부도 했다. 그 덕에 자격증과 어학점수라는 그럴듯한 변명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변명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그가 나보다 훨씬 대답한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의 진솔함을 ‘쉬었다’고 말하지 않는 곳에서 만족하며 일하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공백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한 시간’이 되는 걸까? 누구에게든 조금의 쉼표가 필요하다. 자신에게 그런 시간을 주겠다는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 ‘쉬었구나’라는 말이 정당한 걸까? 그럼에도 취업을 위해 뭐라도 했어야 하는 걸까?


어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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