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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Apr 12. 2021

왜 내 집만 없는걸까?

서울바닥 살기 힘들다 정말

큰 맘먹고 전세집을 구하기로 했다. 길에서 흘리는 시간이 돈보다 더 아까워졌기 때문이다. 결심과 행동은 한끗차이다. 몇 군데의 부동산에 연락을 하고 나니 당장이라도 집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첫번째 중개사를 만났을 때부터 집구하기 여정이 쉽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는 초보운전에 길치였으며, 수다스러웠다. 집의 구조나 형태, 위치 등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가 건네준 수첩과 길을 찾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집을 보는 동선을 안내하며 앞장서던 일, 좁은 골목길의 주차를 대신 해준 일만 떠올랐다. 두 번은 못할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며 연차를 냈다.


두번째 부동산을 찾았다. 담배냄새가 흠뻑 베어있던 그는 나에게 말했다. “ 이만한  없어요. 세시에  보러오 사람이 있으니까 가계약부터 하시죠?” “고민  해볼게요.” 나는 답했다. 당장이라도 나갈  같았던  집은 2주일이 지난 지금도 팔리지 않았다. 거짓말쟁이와는 계약을   없다고 판단한 나는 다음 부동산을 찾기로 했다.


10개가 넘는 집을 보고  후에  생각은 정말  집을 찾는  쉽지 않다는거다. 도대체  학교에서는 집을 구하는 방법이라던지, 집을 고를   확인해야 하는 10가지 방법 등에 대해서 알려주지 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학교를 차리면 나는  경제 교육을 시키고 말거야.” 비가 오는 토요일 11번째 집을 보고 내려오는 골목길에서 미끄러지면서 “유튜브보다도 못한 교과서.”라고 중얼거렸다.


돈을 빌려본 적도 없고, 전세는 더더욱 해본  없는 프로 통근러에게  구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은행과 부동산을 가는 일에 연차를 3 정도 소진하고 나니 그제서야 내가 가진 예산으로   있는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수없는 일이다. 새로운 보금자리의 조건으로 세워둔 여러 체크리스트는 실현이 불가능한 꿈이었다. 연차 3개짜리 배움이었다. 결국 하나씩 하나씩 포기해야만 하는 거다. 신서유기에서 저녁 게임을   자주 봤던 그릇뺏기같은 일이 지금 내 현실에 일어나고 있다니.


입을 삐죽 내민채로 집을 보러다니길 꼬박 1주일.  와중에도 꾸역 꾸역 몇가지 조건을 들이밀어  계약에 성공했다. 정말이지, 서울바닥 살기 힘들구나. 계약서를 고이 안고 버스를 타면서 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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