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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Jun 19. 2024

두 달에 한 번씩 이사하기2

난 꼭 정착을 할테다 - 서울살이

어느덧 네번째 이사가 시작 되었다.


나는 정말이지 내가 서울에서 살 마음을 먹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정말이지 불현듯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 전까진 다시 구직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누가 봐도 괜찮은 조건인데 쎄한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친구한테 까지 얘기할 정도였다.


"나 이상해. 누가 봐도 괜찮은 조건인데 지원하기가 싫어. 쎄한 느낌 때문에."

그러자 내 친구가 대답했다.

"너 그거 조상님이 요단강 건너에서 쌍수들고 반대하시는 거야. 쎄할 땐 피해야지."


과연 조상님께서 요단강 건너 손을 흔드셨는진 모르겠지만

지원했으면 곤란할 뻔 했던게

나는 그로부터 2주도 지나지 않아 서울행을 결정했던 것이다.


  


내가 비워놓은 집은 가족들이 모두 떠나면서 내가 정리하게 되었는데

당시 부동산 시장의 여파로 2년 넘게 팔리지 않고 있었다.


나는 생전 처음 해 보는 일에 혼미했지만 전세로라도 집을 내놓고

구매가 확정된 후 서울로 향했다.


정말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나의 서울행은 무식했고 또한 무계획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았다면 

연고지도 아니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도시로 나 혼자 덜렁 이사올 생각은 못했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대충 지역만 정한 후 (물론 서울에 살아본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물어는 봤다)

이틀에 걸친 부동산 투어를 시작한다.





사실 부동산 투어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돌렸던 것과

대충 편의점에서 식사를 떼웠던 것.

그리고 허름한 호스텔에서 쉬려고 했는데

모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그날 모기만 열마리 넘게 잡았으나, 

하수구를 통해 계속 나왔던 것 등이 기억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봤던 집이 전에 봤던 암실 같던 집을 보다 보니

훨씬 선녀같아서

단숨에 결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전재산 7천만원을 전세비로 걸고

전주에서 렌트한 소형차에 모든 짐과 고양이를 싣고

서울로 직접 운전해 떠났다.


폭풍같은 이사를 마무리하고 잔금을 치르고

다음날 다시 전주에 가 차를 반납하는 동안


나는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렸는데


원래 이사를 가면 그 동네에 익숙해지도록 계속 주변을 걷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모든 일을 숨가프게 처리하고

드디어 새로운 곳에서 한숨 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불안해서 밖에 나가지도 않고 복층 계단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나는 생각보다 감이 좋은 사람이고


이번에도 내가 맞았다는 것을.


그렇게 기나긴 개고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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