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Feb 28. 2022

눌언민행 訥言敏行

말은 둔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

눌언민행

訥言敏行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君子欲 訥於言 而敏行 군자욕 눌어언 이민행

군자는 말은 둔하게 하고 실천하는 데는 민첩해야 한다.



공자는 군자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침을 주면서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눌언민행(訥言敏行)이라는 말은 공자의 가르침이 기록된 논어에서 다수 언급되고 있는데 공자의 수제자이자 애제자인 안회(顔回)야말로 눌언민행(訥言敏行)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안회(顔回)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吾與回言終日 不違如愚 오여회언종일 불위여우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回也不愚 회야불우



내가 온종일 회(안회)와 더불어 이야기를 하였지만 내 말을 어기지 않아 어리석은 듯하지만

그가 물러간 다음, 그의 사생활을 살펴보면 어긋남이 없이 반듯하니

회(안회)는 어리석지 않도다. 



안회는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애를 쓴 인물입니다. 특히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을 위해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안회는 위나라에 벼슬을 하면서 군주에 대한 신의를 끝까지 지키다 죽음을 당하는데 적군의 칼에 의해 갓끈이 끊어지자 갓끈을 고쳐매고 죽었다고 합니다. '군자는 죽더라도 관은 벗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공자는 안회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는데 그는 약속한 일에 대해서는 다음날로 미루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언행일치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 사람이었던 만큼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눌언민행이라 해서 말을 어눌하게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말보다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인데요. 우리는 때로는 약속을 먼저 뱉고 행동하지 않는 경우를 보기도 하고, 말뿐인 사과, 말뿐인 공약, 말뿐인 희망에 속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나면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지는 아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눌언민행(訥言敏行)은 한 편으로는 말은 신중하게 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단점을 바로잡는 데 있어서는 민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공자가 가르치고자 했던 군자(君子)의 자세입니다.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고 말만 일삼는다면 그 역시도 신뢰가 쌓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기본은 똑같습니다. 단지 시대만 바뀌었을 뿐이니까요.



특히 눌언민행은 정치인들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미덕입니다. 요즘은 뉴스를 보면 대선주자들의 '말말말' 행보에 귀가 따가울 지경입니다. 서로 헐뜯기 바빠 지난 과거를 다시 들추어내고, 그에 대한 사과를 하는 대국민 방송을 보면 왠지 진정성이 결여된 느낌이 듭니다. 정작 중요한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기보다 국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내려앉는 느낌이 듭니다.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기반성을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신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가정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데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는 큰일을 할 수 있을까요. 함부로 말을 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실천 가능한 공약을 하는 정치인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구출호 흥융 惟口出好 興戎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