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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Mar 02. 2022

애지 능물로호 충언 능물회호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

공자가 말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에게 일을 시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떤 사람에게 충성하면서 그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


자왈 : 애지, 능물로호? 충언, 능물회호?

子曰 :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논어(論語) 헌문( 憲問)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충심을 가진 사람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공자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한 사람의 족적이 다 공개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 없게 된 세상이라 출중한 실력을 가진 스타라 할지라도, 오디션에 결승까지 올라간 참가자라 할지라도, 정치나 연예인 등의 공인이 되어 인기를 얻었을지라도 과거 인성의 결함이 드러나게 되면 가차없는 여론의 심판대를 감수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 모든 성공을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걸어야 합니다. 인성이 올바르지 않다면 이제는 성공할 수 없는 시대를 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할 때마다 반드시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인성'입니다. 올바른 인성, 그리고 생각하는 지성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사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입니다. 아무래도 내리사랑이라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여러 명의 자녀들을 낳았던 시대에서 지금은 한 명 또는 두 명의 자녀들이 전부인 시대. 더욱 관심과 집중이 과해지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사랑이 차고 넘치다 보면 과잉보호가 되고 사랑에 눈이 가려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지성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자녀가 잘못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도 사랑에 눈이 가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되거나, 간과해버리게 됩니다. 또는 '절대 내 아이는 그러지 않아!'라고 무작정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수많은 학폭에 연루된 아이들의 부모님의 첫 반응이었고, 범죄자들의 부모님의 반응이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만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입니다.


대학(大學)에는 자신을 닦고 가정을 다스리는 가르침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故諺有之曰 고언유지왈

人莫知其子之惡 인막지기자지악

莫知其苗之碩 막지기묘지석

此謂 身不修  不可而齊其家 차위신불수 불가이제기가


옛 속담에 이르기를

'사람은 그 자식의 악함을 알지 못하며

자기 논의 싹이 커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이 몸가짐을 닦지 않고서는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가짐과 집안의 다스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식의 악함을 알지 못하는 것과 논의 싹이 커가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즉, 자식의 잘못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아직 어리니까', '크면 괜찮아져',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지'....라며 올바른 가르침을 가슴 아파하며 차일피일 미루거나 아예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호의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사랑하는 자녀일수록 매를 더하라는 말이 있듯 자녀를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몫입니다. 잘못을 보면서도 사랑 때문에 매를 들지 못하거나 잘못을 눈감아 준다면 그 아이는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뿐만 아니라 이미 몸에 배어버린 습관처럼 굳어져 잘못을 알면서도 스스로 고치기 어려운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단호하게 잘못을 고쳐주고, 올바른 길을 가르치는 것이 어른 된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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