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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Mar 17. 2024

페미니즘 목소리는 억제되는 게 아니라 보호받고 있는 것

이슈 은폐는 권력자들의 특권이다.

자기가 잘 한 부분에 대해 끝없이 떠들며 칭송받는 거 못지않게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은폐하고 숨겨서 대중의 눈길로부터 벗어나는 것 역시

중요한 권력의 본질 중 하나이다.

이러한 구도 하에서, 권력을 가진 주체는 잘 한 부분에 대해선 끝없이 칭찬받고 반대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뒤로 숨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언제나 잘못한 거 없이 우쭈쭈 받기만 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힘없는 자들은 결코 자신이 그릇된 어떤 부분에 대해 은폐받을 수 없다. 힘없는 것들은 자신이 부족하고 잘못했으며 그릇된 어떤 부분에 대해 매번 상급자의 책상 앞으로 불려 나아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서류철로 머가리를 얻어맞으며 보고서가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굴욕을 맞보아야만 한다. 이를 피할 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젠 페미니즘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억제하는 중입니다. 이제 싸움은 그만 내려놓으시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빡침을 금할 수가 없는데..


다들 알겠지만 지금 페미니즘의 기세는 16년 강남역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에 실망했으며 여론도 꽤 나쁘게 나온다. 여가부는 아예 폐지 위기이다. 여성계가 민심을 잃었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즘 이야기가 세간에 계속 나온다면 긍정적인 목소리이기보단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계와 페미니즘 관련 언급을 억눌러주는 정치권의 조치는 결코 페미니즘에 부정적인 조치일 수 없다. 이는 페미니즘을 배려해 주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며 페미니즘계가 가진 막강한 권력을 입증해 주는 증표인 것이다. 

내가 원할 때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권력.



만약 페미니즘이 힘없는 자가 맞다면, 페미니즘은 싫어도 숨지 못하고 정치사회 논의의 장 전면에 배치되어 끝없이 욕먹고 갈굼 당하는 장면이 대중의 눈앞에 펼쳐져야만 한다. 무너지고 망가지는 굴욕적인 모습들이 끝없이 노출되어야만 한다. 공개적으로 욕먹고, 미움받고, 손가락질받아야만 한다. 페미니즘 여부를 떠나서 민주적 공동체라면 잘못된 이념이나 주체는 항상 그렇게 대중 여론의 응징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며, 실제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이념, 다른 정치주체들은 그러한 망가짐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오직 페미 피씨들만이, 끝없이 타자를 정죄해 왔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정죄받지 않는 정신문화관념적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도권의 일부 얼간이들은, 페미니즘이 더 이상 논의의 최전선으로 올라오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무슨 페미들도 대단한 핍박을 받고 있는 양 언급하며 반페미들도 이제 화 좀 풀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페미니즘이 잘 한 부분이 있으면 온 언론 매스컴 학계가 들고일어나 석 달 밤낮을 칭찬해 대고

페미니즘이 이제 안 먹힐 상황이 오면 온 언론 매스컴 학계가 페미니즘 이슈를 수면 아래로 내리면서 "우리 이제 망국적 젠더갈등을 내려놓도록 하자."이런다면, 

대체 페미니즘은 언제 비판받고 언제 욕먹고 언제 망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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