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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환 Dec 17. 2024

"나는 윤석열의 탄핵이 두려워요."

'정서'는 논리가 아니다.

계엄 이후 여러 번 언급했듯, 나는 이번 사태가 우파진영의 어이없을 정도로 거대한 실책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에 대한 전 우익우파 차원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계엄난동의 어처구니없는 진행을 바라보며 많은 우익우파들이 반윤으로 돌아섰음에도 아직까지 계엄이 뭐 잘못이냐 박정희 정신! 구국의 결단! 빨갱이 소탕! 이러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데, 탄핵이 설령 최종 기각된다 하더라도, 여러분들의 미래는 꽤 오랫동안 어두울 것이다.


반복하는 말이지만 우익우파 너네 자신들을 위해서라도, 이젠 '종교 반공 애국 태극기 박정희 산업화 할아버지들 극우 유튜버 s'이 짝 정치계보에 대한 최소한의 돌아봄, 이 정치계보에 내재된 필연적인 한계성에 대한 냉철한 인지와 근본적인 자기반성이 있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내가 '우익우파가 처 털리고 있는' 작금의 시국을 마냥 즐거워만 하고 있냐면 그건 아니다.  

아무리 '치명적인 잘못에 대한 도덕 윤리적 처단'이라는 대의가 개별적 정치공학 손익계산들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지만, 지금 시국에서 윤석열의 몰락은 민주진보진영의 대승/ 민주진보 주가폭등으로 연동됨을 어린아이들도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여기엔 두려움을 느낄 만한 요소들이 분명 존재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탄핵열차 시동걸기도 전부터 "대통령이 너무 친미 친서방이라 반미국가(북중러) 기분 나쁘게 한 게 잘못!"이라는 NL식 반미주의 논리가 탄핵사유로 지목된 부분이 그러하다. 물론 이 부분은 곧바로 여론의 맹폭격을 맞았고 탄핵 소추안 최종 버전에서는 탈락되었다곤 하지만, 애초에 그런 문구를 탄핵안에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자체로 충분히 경악할 일인 것이다.


탄핵운동에 자꾸만 페미가 묻는 현상 역시 갈수록 신경 거슬리는 지점. 이미 계엄/탄핵정국 초반부터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데, 이 탄핵운동을 '부당한 계엄에 대한 전국민적 규탄'이 아닌, '안티페미 운동에 대한 페미니즘의 승리선언'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어째 가면 갈수록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부분을 앞으로도 계속 따지고 나가게 될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여하간 필자는 함께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 계엄난동을 '반페미 X대남들의 실책'으로, 탄핵 운동을 '페미니즘 최종승리 운동'으로 탈바꿈하려는 그 모든 시도들을 비판할 것이다. 


여하간 필자는 지금 이러한 지점들에 대해 강렬한 우려와 거부감을 표하는 여러분들에게도 상당한 공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윤석열의 계엄난동이 틀렸다고 동의한다는 게

우리가 페미나 NL이 승리하는 미래를 원한다는 의미인 건 아니다.






불안과 공포는 감정이지 논리가 아니다. 마치 필자가 종종 보추짤 같은 거 올려놓고 "이쁘면 가능 엌ㅋㅋ" 낄낄거리는 것처럼 불안이나 공포, 거부감 역시 생리적 층위에서 발생하는 감정인지라 여기에 논리적 도덕적 지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고로 위에 언급한 부분들에 대한 대중적 불안과 거부감을 얼마나 잘 케어해 나가느냐에 향후 민주진보진영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이 점에 있어서 이미 이들은 몇 번의 실점을 기록했고(탄핵 사유에 반미주의 끼워 팔기, 탄핵 운동을 페미니즘 운동인양 선전하기, etc..) 이런 식의 실점들이 거듭될 경우, 민주당 정권의 순탄한 통치는커녕 당장 눈앞의 탄핵 확정여부조차도 장담할 수 없게 되리라 예상한다.(대한민국 사법부는 여론의 눈치를 매우 많이 본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언급해 나갈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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