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환 Dec 18. 2024

다시 말 하지만 탄핵은 확정이 아니다.

다 된 것 마냥 즐거워하지 말자.

일전 노무현 정부가 충청도 쪽으로 수도이전을 추진하던 시절 이야기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수도이전에 격하게 반대했었는데 결국 이 갈등은 헌법소원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헌재의 최종적인 판결


"경국대전 이래 우리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게 관습헌법으로 내려오고 있으니 수도이전은 불가."


'서울=수도'이게 관습헌법이라는, 솔로몬도 울다가 무릎치고 공중재비를 돌 이 기가 막힌 명판결은 대체 어째서 나오게 된 것일까? 우리가 당시 헌재의 머법관이 아닌 이상 그 속사정까지 다 알 수는 없겠으나, 당시 정치적 여론지형이 한나라당 쪽으로 쏠려 있었고, 그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걸 원치 않았던 헌재가 다소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여하간 이 나라의 사법부가 정치적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 집단인지 만천하에 입증된 사건으로, 이 사건은 일종의 정치적 밈이 되어 세간의 입에 두고두고 화자 된다.




지금 와선 다들 쉽게들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2016년 최순실 시국 때 대통령 탄핵은 결코 쉬웠던 게 아니었다. 우익우파 내부의 적극적 호응에 힘입어 지금보다 더 높은 탄핵 찬성 여론으로 헌재의 심의가 들어갔었는데 헌재는 '탄핵 인용'이라는 결론을 쉽사리 도출해내지 못했다.


기억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 상황이 정말 급박했었게, 남아있던 머법관 대부분이 몇 달 내로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었고 머법관의 빈자리를 채워줘야 할 머통령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한 4달만 순조롭게 시간을 끌면 머법관 정족수 미달로 탄핵안이 자동으로 파기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때문에 박근혜 우익우파진영은 승리를 자신하며 의도적으로 지연전술을 폈고 (ex : 재판장에서 태극기 흔들며 깽판 치기) 결국 이 난장을 보다 못한 이정미 머법관이 자신이 퇴임하기 직전 "박근혜 Out! 더 이상은 네이버"를 때려 박음으로써 정말 간신히 간신히 이루어진 탄핵이다. 여하간 머법관들이 "민중의 선택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파면시킨다."라는 엄청난 정치적 무게감에 얼마나 버거워들 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땅땅땅"





지금 탄핵 심의를 보는 머법관 수는 6명이다. 이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비토를 놓을 경우 탄핵은 자동 무산된다.(최소 6표의 동의가 있어야 탄핵안이 인용됨) 이 머법관 중 4명이 우익우파 성향이며, 특히 게 중 한 명은 윤석열이 직접 임명한 골수 우익우파인데 하필 이 사람이 지금 이 탄핵심의건의 주심을 맞게 되었다.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압도적인 여론비로 헌재를 끝없이 압박하는 것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 나라 사법부는 정치적 여론의 눈치를 많이 보니까.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 때는 이게 잘 먹혔다. 우익우파 내부의 호응이 컸기 때문에. 그리고 바로 지점에서,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최순실정국과 탄핵으로 '자신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곤욕을 치렀다 생각하는 우익우파들과 젊은 남성들은 더 이상 탄핵운동의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일단의 페미들은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온거라고 너도나도 들러붙어 이 탄핵 운동을 '페미니즘의 궁극적 승리선언'으로 만들려 노오력 중이신데, 이들 입장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페미덕/ 실패하면 X대남 탓을 하면 그만이라 어느 쪽이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겠지만 이는 장혜X의 입장은 될 수 있더라도 민주진보진영 전반의 입장은 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되어 버리면, 민주진보진영은 정말 엄청나게 피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 상흔은 오래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시위 현장엔 오직 이대녀와 오대남만"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민주진보 입장에서 정말 안 좋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민주진보진영의 주축이며, 현장에 이들만 나오고 있다는 건 이번 탄핵정국이 일전 최순실정국 때와는 다르게 우익우파의 지지가 일절 없이 전적으로 민주진보진영만의 파티가 되고 있다는 뜻이니까. 때문에 탄핵 주도자들 입장에선 설령 '이대녀와 오대남만'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 하더라도 프로파간다 차원에서 일부러라도 이를 감춰야 할 판국인 건데, 실상은 페미들에게 끌려다니면서 지금 시위 현장에 민주진보 지지층인 이대녀와 오대남'만' 존재한다고 동네방네 광고를 내지 못해서 안달들이다. 젊은 남자들은 나오지 말라고 아주 고사를 지내고들 자빠졌다.





개인적인 심상을 말하자면, 정말이지 헌재로 뛰어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좀 잘 넘어가 달라고. 민주당은 하나도 안 좋아하지만 이번에 탄핵 기각되면 정말 내전이 날 거 같아서. 지금 탄핵 기각시키면 거리에 나와있던 '저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실제로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 이렇게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그것이 긍정적으로 이어지건 부정적으로 나아가건 나와 같은 소시민이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앞으로의 흐름이 재앙적이라 하더라도, 그저 덤덤히 대응해 나아갈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