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彼知己 (지피지기) :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다 자세히 앎
나를 키운 8할은 이미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白戰百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손자는 말한다. 백번 싸워 백번을 다 이길 수 있는가?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승리는 나의 안전을 전제로 한 승리, 즉 나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기는 것이 최상의 승리라는 것이다.
수능에서 누구나 승자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대학이 바뀌는 결과를 낳는 현실에서 승자가 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변별력과 난이도를 무기로 한 출제자들의 치밀한 공격을 수동적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의 목적은 수능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패배하는 않는 길이 무엇인가? 적을 알고 나를 아는 것, 즉 수능국어의 특성을 파악하고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여기서는 먼저 지기(知己)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나 자신을 아는 것(知己)’의 의미는 나의 무지를 안다는 것, 다시 말하면 나의 능력과 그 한계를 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알 때, 부족한 부분을 채워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나’라는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시인 서정주의 ‘나를 키운 팔할은 바람이다’라는 시구를 변주해 본다면, ‘나를 키운 8할은 이미지다’라는 표현이 요즘 세대의 특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미디어에 노출되었고 끊임없이 이미지에 자극을 받아왔다.
책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신문이나 잡지는 물론 교과서, 참고서에서조차 이미지가 넘쳐난다.
바야흐로 요즘 세대는 텍스트는 실종되고 이미지만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이미지 홍수 속에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책을 ’읽는다(讀)’라고 하지 않고 ‘본다(見)’라는 표현에 익숙해졌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수능과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변인(變因)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뇌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책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 본다면, 분명 뇌의 활성화 영역이나 정도가 다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이미지에 익숙한 뇌에서 텍스트에 익숙한 뇌, 즉 텍스트를 ‘보는 뇌’에서 ‘읽는 뇌’로 회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