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국 인디 씬을 돌며 만난 도시와 사람들
중국에는 도시마다 공연을 큐레이션하는 기획자들이 꽤 많다. 트렌드를 반영한 테마 아래, 어울리는 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꾸린다. 라인업만 봐도 이 도시의 인디 씬이 어떤 결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연을 하며 늘 궁금했다. ‘이 도시는 음악을 어떻게 소비할까?’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게 많았다. 직접 현장을 겪고, 공연이 끝난 뒤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비로소 각 도시의 음악 생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중국 로컬 밴드 두 팀과 함께 7개 도시를 도는 전국 투어를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디 레이블 산하 플랫폼이 부킹과 매니지먼트를 맡아 진행한 투어였다. 내가 드러머로 활동한 밴드를 포함해 세 팀은 음악 색도, 팬층도 조금씩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함께한 사람들의 결은 닮아 있었다. 밝고, 유쾌하고, 선한 에너지. 도시가 바뀌어도 공연장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다.
특히 상하이를 중심으로 항저우, 난징, 닝보까지 이어지는 절강성 지역은 대학생층이 두터워 인디 음악 팬이 많다. 그래서 이 지역은 종종 하나의 투어 동선으로 묶인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도시마다 반응은 분명히 달랐다.
베이징은 록 씬이 강하고 전자음악의 기반도 단단하다. 상하이는 실험적인 전자음악과 밴드 신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 재즈를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청두와 충칭이 있는 사천성, 후난성의 창샤는 힙합이 강세였다. 서안에서는 메탈 씬이 눈에 띄었고, 샤먼은 해변 도시답게 조금 느긋하고 칠한 분위기의 음악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광동 지역에는 홍콩과 대만 음악의 영향을 받은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많았다.
도시마다 음악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직접 다니면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라이브하우스 공연이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경험을 한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했다. 처음엔 어색했고, 솔직히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팬과 뮤지션의 거리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의도하지 않았던 음악의 순기능에 대한 피드백이 오갔고, 함께 사진을 찍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이어진 관계는 몇 년 뒤 다른 도시에서 다시 마주칠 때 더 깊어졌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공연장을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뭉클해진 적도 있다. 이건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었다. 새로운 도시에서 공연한다는 것, 매번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몸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2020년의 7개 도시 투어는 단순히 공연을 하고 끝나는 경험이 아니었다.
그리고 2년 뒤, 코로나를 뚫고 20개 도시로 계획된 또 한 번의 중국 투어를 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