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고 어설픈 메시지를 세상에 꺼낼 용기
얼마 전, 한 미국인 방송인이 “한국은 걱정이 너무 많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나라 같다”고 말하는 영상을 봤다. 그 말이 너무 와닿았다. 우리는 ‘JUST DO IT’이라는 문구를 수없이 보며 자랐지만, 막상 한 발을 떼는 데에는 늘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설프면 조롱받을까 걱정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스스로를 먼저 막아선다. 계획은 늘 많지만, 정작 시작하지 못한 채 한 해가 지나가는 일도 흔했다.
중국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중국에서의 밴드 활동은 이런 나의 태도를 제대로 흔들어놨다.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완벽한 준비보다, 지금 현재 가능한 수준에서 일단 만들어보고 반응을 보는 쪽에 가까웠다. 곡이 완성되면 앨범을 냈고, 앨범이 나오면 그 음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은 더 이상 단순히 음원 하나로만 끝나지 않았다.
동화책 콘셉의 CD를 만들고, 지인들이 그린 일러스트를 앨범 커버로 했다. 아트북 페어에 참가해 공연을 하고 부스도 열었다. 이전에 써두었던 곡을 엮어 다음 EP를 위한 세계관을 빠르게 정리했다. 멤버 네 명이 모두 캐릭터로 등장하는 만화책, 카세트테이프, 3인치의 미니 바이닐까지. 이 모든 과정을 외부 기획자가 아닌, 아티스트 스스로 만들어갔다.
물론 모든 결과물이 완벽하거나 세련된 것은 아니었다. 녹음 환경도, 연주도, 디자인도 부족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 과거의 작업물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들려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음악을 만들며 보컬이 말하고자 했던 감정과 메시지는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남아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공연장에는 다시 얼굴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늘어갔다.
우리는 모두 사회 초년생이었고, 나이와 배경은 중요하지 않았다. 부딪히고, 만들고,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될 뿐이었다.
나는 그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현실적으로 체감했다. 서른이 넘어, 나보다 어린 중국 친구들에게서 그걸 배웠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실적인 조건 안에서 지금 당장 가능한 방식으로 정리해서 풀어내고 세상에 내놓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경험해보지도 않고 완성도를 먼저 걱정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불완전하더라도 계속 남긴 작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