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경력단절을 끊고 복지기관에 입사를 했다.
추운 겨울이었던 첫 출근날,
모든 것이 어색할 때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미혼인 줄 알았는데 애기엄마라 금세 친해졌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하며 지냈었다.
그분은 자신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성악설을 믿고 있으며 나 자신이 우선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가 만난 동료 중에 가장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인 척, 남들을 위하는 척하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하고는 달랐다.
그 동료는 솔직하고 편견이 없는데다 도전하기를 좋아했고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거침없이 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 동료가 매우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졌다.
동료는 나보다 먼저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어쩌면 자연스레 연락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이다.
나이도 나보다 많이 어리고, 존대하는 사이이기도 하고
관계를 규정하기에 친구도 아닌 그저 지인의 관계이다.
거기다 나의 상황(이혼 등)을 모두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내가 먼저 연락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잊지 않고 만나자고 동료에게서 연락이 온다.
근무처는 다르지만 복지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서로 다양한 경험이 있다 보니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은 편이다
어제, 그 동료와 약속이 있었다.
집 근처 주점에서 맛있는 안주와 맥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서로 근황을 묻고 한창 이야기하는 도중
지금 내가 행복하구나 그런 느낌이 순간 들었다.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 좋았고
지난 이야기 하면서 웃을 수 있어 좋았다.
동료의 삶도 생각도 재밌어 또 흥미가 생겼고
나의 반응에 동료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요즘 들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많지 않다.
끝나지 않은 큰아이 입시, 많이 적응하고 좋아졌지만 가끔은 불편한 직장생활, 엉성한 살림살이, 맘에 들지 않는 나..
그래선지 행복한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나에게 행복은 안정감과 편안함이 꼭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일은 고등학생친구들 모임이 온종일 있고
모레는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고
담주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홈파티를 해야겠다.
연어요리를 할지.. 고기요리를 할지 고민 중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 많았던 올 한 해,
잘 떠나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