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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Jan 06. 2022

둘째네에서의 만찬~

언제 이렇게 컸을까?

이곳도 연말연시는 바쁘다!

12월 초에 두 분이 나와 독대?를 청했는데... 아직 둘 다 숙제로 남아있을 정도로...

한분은 이 할미? 에게 컴퓨터를 배우러 오고 싶다고 했고...

또 한분은 같이 빵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시고~

아직은 쓸모 있는 삶인가 싶어 마냥 신났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숙제로 남았다.

12월이 시작되면서 남편과 함께 병아리 정치인인 둘째를 도와 발품을 팔았다.

일 년 넘게 고장 난 다리는 앉고 걷는 것에 제약을 받았었는데 어느새 조금씩 나아지더니 이제는 한 시간씩 걷는 것쯤은 거뜬할 정도로 나아졌고, 덕분에 신나게 작년에는 해 보지 못한 우리의 연말 행사를 완료했다.

물론 나는 쉬운 코스를 돌았고 남편과 두 딸은 내가 왕년에 그랬듯이 한 간 이상의 코스를 돌았다는 것이 좀 아쉬울 뿐이었다.

나의 연말 보고서

매년 연말이 되면 해야 할 리스트들을 적어 놓고 하나하나 체크를 해 가며 무언가를 한다.

꼼꼼한 남편은 혹시 사소한 것이라도 빠뜨리면 안 되다면서 리스트를 써서 확인하며 챙기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물론 남편이 무언가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모두 다 내 몫이지만 신경이 쓰이기보다는 신나서 하는 일이니 땡큐다.

이 집, 저 집, 우리 집을 돌며 각종 모임을 했고...

수북이 카드를 쌓아두고 정성껏 손글씨로 편지를 쓰듯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우표를 붙여 보내기도 하고....

마카롱을 만들어 포장을 해서 카드와 함께 직접 전달하기도 하고...

마음에 애잔하게 남아있던 어떤 가족을 초대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기도 했으며~

우리 딸들과 사위, 손주들이 모여 서로 준비한 소소한 선물들을 나누며 한여름밤의 크리스마스를 왁자지껄하게 보내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그 짧은 한 달 동안 일어났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니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1년의 일들이어서 일까?

딸의 초대~

둘째가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할머니도 꼭 모시고 오라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한 날... 며칠을 부슬부슬 내리던 여름 비가 그치고 햇살이 좋았던 날이어서 어머님은 아침부터 빨래를 돌리셨다.

미처 세탁기가 다 돌아가지 않아서였는지... 꼭 당신까지 가야 하나고 물으셨다.

'참~ 내.... 그깟 빨래가 뭐라고... 그래도 명색이 가족모임인데... 그럼 점심은 어쩌고??'

살짝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내색하지 않고... "어머니, 자꾸 빠지시면 애들이 으레 할머니는 빼놓을지도 몰라요~~" 하고 협박아닌 협박을 했다.

사실 남편도 딸들이 어디 가자고 해도~ 무얼 먹자고 해도~ 자꾸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해서... 하루는 날 잡아~ "자꾸 그러면 애들이 이제 우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 자기는 몰라도 나까지 그렇게 만들지 말고... 제발 애들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합시다~~~ 엉!!!!" 하며 큰소리를 친적이 있기에... 모전자전인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셋이서 전날 만들어놓은 마카롱을 챙기고 앞 정원에 심어줄 내가 만든 수국 모종을 챙겨서 딸네로 향했다.

밤잠을 설쳤다네요~

마음씀이 고운 둘째는...

엄마, 아빠, 할머니가 오신다고 해서 밤잠까지 설쳤단다...

왜냐고? 설레서...

본인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한다고 생각하니 설레었고, 맛있다고 해야 할 텐데 싶어 걱정스러워서 잠까지 설쳤단다.

우리를 이쁘게 세팅된 자리에 앉으라고 하곤 둘이서 부리나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음식을 날랐다.

남편은~ 장난반 진담 반으로 "그냥 시켜먹지~ 뭘 또 했어~~" 했고 나는 눈을 흘기며 옆구리를 꾹!!! 찔렀다.

첫 메뉴는 푸르죽죽한 수프였는데... 주키니 호박을 갈아서 만들었다는데... 남편과 어머님은 두 딸의 눈치를 보며 다음 요리를 위해 남기겠다며 슬쩍 그릇을 옆으로 밀어놓았다.

나만 맛있다고 그릇을 싹~ 비웠다.

남이 해준 음식은 사실 모두 맛있는 것이 가정주부의 한결같은 마음이 아닐까?


다음으로... 두 딸들이 회원으로 있는 켄터베리 클럽 셰프에게 주문을 했다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햄과 둘째의 야심작인 당근 요리와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나왔다.

셰프가 만들었다는 햄이야 말해 무엇할까 싶은 맛이었고, 그보다는 둘째가 만들었다는 아스파라거스와 당근 요리가 아주 일품이었다.

당근 요리는 너무 맛있어서 따로 레시피까지 받아왔는데... 나중에 따로 브런치에 올려볼까 한다.

널리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둘째는... 본인 집에서 파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이 맛있다고 하기에 꼭 엄마, 아빠에게 해 주고 싶었단다.

그 마음이 참 이쁘지 않은가?

내 눈에서 하트가 무한 발사된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선 초대를 받으면 으레 포트락으로 디저트 정도는 해가야 하는 문화인데... 그때마다 둘째가 해 간다는 티라미슈 케이크~ 정말 맛있었다. 전날 만들어 두었다는 둘째의 표정은 개선장군의 그 표정이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아주 제격이어서 나도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싶어 둘째에게 레시피를 받았다. 그런데 생계란을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 그대로 사용했다고 하기에... 혹시 모를 식중독이 염려되어 여러 유튜브를 찾아보았더니... 한국에선 노른자를 70도까지 중탕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계란 대신 연유나 생크림을 사용하기도 하기에~ 다음번에 생크림을 넣고 만들어서 둘째에게 먹어보라고 하고 괜찮다고 하면 가르쳐 줘야지 맘먹고 있다.

딸이 바리바리 싸주었다~

사실 두 딸이 저렇게 끔찍한 햄을 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햄을 너무 좋아하는 아빠 때문이다.

끄트머리 조금 베어 먹고 남은 햄을 모두 랩핑을 해서 햄 주머니에 넣어주고, 남은 당근과 아스파라거스도 모두 통에 넣어 싸 주었다.

물론 나는 두말없이 싸주는 대로 모두 가지고 왔고...

음식을 한 사람 입장에서 맛있게 먹어주고, 싸 달라고까지 했을 때의 기쁨을 아니까....

그렇게 거하게 점심에 디저트까지 대접받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잠깐 나가서 수국까지 심어주고 왔다.

오는 길에....

"어머니~ 오늘 가시길 잘하셨지요? 안 가셨으면 그 맛있는걸 못 드셨을 거 아니어요?" 했다.

한 자존심 하시는 울 시. 어. 머. 니... "안 먹으면 그만이지 뭐~... "

그 한마디에 그냥 조용히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혼자 속으로 꿍시렁거리면서

애구... 오마니!!!! 그냥~ "그러게 말이다~ 안 왔으면 어쩔뻔했니~~ 참 맛있더라" 이렇게 말씀하시면 좀 좋을까???

나의 속마음을 읽으셨는지... "애들이 이제 다 컸더라... 음식도 잘하고 애구 대견해..." 하셨다.

나는 그냥 "그렇죠~"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렇게 그냥 서로 이해하며 자존심 조금씩 챙기며 그렇게 살아요~ 오마니!!

2021년을 며칠 남긴 어느 날의 나의 일상이었다.

한 해가 또 그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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