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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zarirang Jan 28. 2023

팔순이 넘은 작은 아빠와 나... 같은 DNA일까?

작은 아빠~

낼모레 육십을 바라보는 나는... 아버지라 안 부르고 '나의 아빠'라 부른다.

그러므로 작은아버지 또는 숙부는 나에겐 그냥 '작은 아빠'인 것이다.

아마도... 30대 초반에 한국을 떠나 타지에 살면서 나의 모든 관점이 딱!! 그 시점에서 멈춰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곳의 관점에서 보자면... 딸이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해도..."My Father~"가 아닌 "My Daddy~"라고 부르는 것이 Father보다는 더 정겹고 더 살갑고 더 친근한 관계라는 표현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냥 '아빠~~'라고 부른다.

이제는 더 이상 검은 머리카락을 찾기 힘들고 귀가 어두워 동문서답을 하면서도 "우리 딸~ 여전히 이쁘네..."라고 치매로 깜박거리는 기억을 붙잡으며 영상 속 늙어가는 큰딸에게 웃어 보이는 더없이 다정한 나의 아빠니까...

이야기가 샜다!

나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데 이야기가 샜다.

아빠는 4형제였단다.

형은 육이오 때, 막냇동생은 아주 어렸을 때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들었다.

그래서 둘째이던 아빠는 맏이가 되셨고... 셋째였던 작은 아빠는 막둥이가 되셨다.

그렇게 형제는 파란만장한 삶을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이제는 남자답게 생겼던 아빠에게도 배우 노주현 뺨치게 생겼던 작은 아빠에게도 나의 할아버지, 두 분의 아버지가 보인다. 세월의 야속함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형제요 부자지간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시인 김진탁!

2019년...

작은 아빠가 70의 막바지에 첫 시집 '호주머니 속의 하늘'을 내셨다.

계속 시를 쓰셨기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으니까...


한반도 허리쯤에서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는 가난한 별들

남으로 남으로 가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체구가 건장한 상류 쪽에서 호근 아저씨 팔을

할아버지가 꼭 붙잡고 그 담에 형이 매달리고

나는 형의 왼팔에 매달려

다리가 물 위에 떠 발이 닿지 않았다.

... 중략...

<피란 중에서>

너무 사실적이 표현이 아닐까?

4살 많은 형이 얼마나 든든했을까?

다리가 둥둥 떠있음에도 형의 왼팔에 매달려 강을 건넜던 그 급박했던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이 시는 물론 동생인 작은 아빠의 시점이지만, 나의 아빠의 시점에서 본다면... 할아버지를 오른손으로 꽉 붙들고 왼쪽에 매달린 동생이 행여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했을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서 마음이 저렸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면...'형!'이라는 단어에서 눈물이 난다.


팔순이 넘은 작은 아빠의 두 번째 시집소식!

새해에 들여온 굿뉴스였다. 작년에 나의 아빠의 치매진행 소식은 정말... 악몽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제2시집 피란은 아직 모두 읽어보지 못했다.

요즘 나의 일상이 너무 분주해서 차분히 시를 읽을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핑계라면 핑계다.

하지만, 2집에서도 아빠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남은 돌 하나>

중략

.

.

안방에서 작은형의 시샘을 물리치고

나는 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고 잠이 들곤 했다.

중략

.

.

'작은형' 큰아빠가 계셨을 당시였나 보다.

나의 아빠는 작은 아빠의 작은형...이었으니...

우린 같은 DNA쟎니~

부끄럽게도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호들갑 떨 때 작은 아빠가 해준 말이었다.

작은 아빠의 시는 깊이가 남다르다.

나의 글은 얇디얇아 그 속이 빤히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작은 아빠와 같은 DNA이고 싶다.

70이 넘어도... 80이 넘어도...

이 얇디얇은 글이라도 꾸준히 썼으면 싶으니까...

가끔은 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슬쩍 써서 쓱~ 보내고...

가끔은 손주들에게 할미로부터의 편지도 써보고... (한글을 읽고 이해할 손주가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작은 아빠와 같은 DNA이기를...

내가 좋아하는 선문 김진탁 시인의 시

익어가는 시간

선문 김진탁

 

그때 시간의 색깔은 풋내가 났어

나는 차가운 불에 무지개를 굽고 있었지

풍선처럼 오르고 싶은 조바심을 천천히 누르며

 

정착하지 못한 세월은

삶의 인연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만 가더라고

 

걸어온 길을 묻듯

마당 가장자리에 누워 있는 빈 드럼통에 올라서서 덜컹거리고 굴려댔지

떨어지면 다시 올라서고 올라섰다간 떨어지고

중심의 발밑은 불안한 세상이었어

 

진녹색으로 구워진 시간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어

새까맣게 태운 절망의 시간이 언제나 가슴에서 뜨겁지

모퉁이를 돌아 나가는 직선의 꿈을 꾸면서

 

기름을 듬뿍 두르고

오늘은 설익은 시간의 상처를 프라이팬에다 굽고 있지

바깥으로 떠돌던 좌절의 뚜껑을 꼭 덮고

 

내일의 시간으로 익어가고 있어

잠깐이라는 그 세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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