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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천둥벌거숭숭이
Jan 05. 2025
대천사에 가면 돌할머니가 새해소원을 들어주세요
새해가 오면 누구에게든 소원을 빌어본다
새해가 밝았다.
매일 뜨는 해이지만, 새해 첫날이 되면 더 보고 싶어 진다.
7시 30분에 뜨는 해를 보기 위해 자꾸만 베란다 어귀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오늘은 산등성이에 걸린 운무로 인해 기대하던 해 뜨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이럴 줄 알고 나는 그 전날 뜨는 해를 보았나 보다.
산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기적은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밖을 보다가 뜨는 해를 목격했다.
다가오는 2025년의 해는 나를 더 밝고 둥글게 살도록 힘을 많이 줄 것 같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2024년을 보냈으니, 올해는 힘차게 전진할 때이다.
새해에 내가 처음 먹은 음식은 떡볶이, 처음 들은 음악은 가수 장나라의 [Sweet Dream].
평소에 골라서 듣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선택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겠죠. 아마 그럴 거예요-
소소한 행복을 매일 맛보는 내가 되었으면.
나를 아는, 내가 아는 모든 이의 하루가 그러했으면 하는가 보다.
1월 1일은 다이어리 꾸미는 날이다. 내 추구미는 나다.
해운대에 팝업으로 운영 중인 공감우편소에서 받아온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과 단어들을 꺼내어 본다.
나의
감성우체국.
어제보다 더 여유롭기를, 시작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용기로 한발 앞으로 나아가기를.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을 반드시 잊지 말기를.
귀여운 곰돌이와 사랑스러운 짱구로 텐션을 끌어올리고 매일매일 일기를 써내려 나가야지.
다이소에서 구매한 다이어리는 천 원.
다이어리를 감싸는 가죽커버는 작년에 만든 것.
천 원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재활용의 묘미. 단단한 바느질은 분명 올해도 굳건히 버텨낼 것이다.
아주 귀한 나의 하루를 담아낼 소중한 다이어리의 첫 장을 야무지게 꾸며낸다.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은 업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바람을 진중하게 들어줄 누군가를 만나러 가볼 차례다.
대천사 가는 길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빈 도로는 주차된 차로 가득차 있습니다.
대천사 가는 길이 수월하다.
표지판이 야무지게 여러 군데에 있다.
그저 직선으로 쭈욱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부산 정관에서 가까운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크게 만들어져 있지만, 거기까지 가기 귀찮은 운전자들이 참 많다.
그래도 큰 도로에 주차하는 것보다는 다니는 차량이 적은 도로에 주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편의를 봐주어야 하는 것인가.
다만 지나가는 행인이 보기에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는 생각이 든다.
대천사 가는 길의 내려오는 길로 올라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경사도가 높은 편이라 내려올 때 수월하지만, 올라가면 그만큼 힘들다.
대천사가는 길의 화살표를 잘 따라가면 산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대천사 가는 길의 화살표를 잘 따라가면 된다.
다리를 하나 건너면 요새처럼 지어지고 있는 사유지를 지나 용천산으로 향하는 길로 올라가면 된다.
경사도가 산행의 시작인가 싶을 정도로 느껴질 정도다.
가벼운 산행으로 몸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새해가 되니 대천사로 향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역시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인가.
배산임수의 명당 대천사
대천사
부산 기장군 정관읍 제석골길 89
용천산이 바로 뒤에 있고 앞은 지석골 소류지(늪지대)가 있다.
대천사 입구까지 오면 몸이 후끈해진다.
잠시 쉬어가라고 입구에 색색의 귀여운 벤치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갇힌 물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겨울의 산과 하늘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대천사 바로 입구에는 무시무시한 신이 험한 것들을 밟고 있는 동상이 있다.
나의 불행과 안 좋은 일들을 기꺼이 잡아두고 아주 좋은 것들만 내어줄 것만 같은 대천사에 입성한다.
무교인 사람이 가도 좋은 대천사에는 좋은 문구들도 많다.
나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마음이 지치거나 힘들 때면 교회도, 성당도, 절도 한 번씩 기웃거려 본다.
나의 걱정과 고민을 배설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새해를 맞아 대천사를 선택해서 오게 되었다.
날이 추운지라 밖에서 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비교적 깊은 산의 끝자락에 위치한 대천사는 산책하다 들르는 사람과 깊은 불심을 가진 사람, 나처럼 돌할머니를 보러 오는 사람.
세분류로 나뉜 방문객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늘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간간히 들르는 장소다.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매일 뜨는 해도, 달도,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맞는 말이다.
나의 해와 나의 달.
매일의 소중함을 알고 귀하게 보낼 것, 그리고 달을 보면서 하루를 되돌아볼 것.
후회보다는 개운함을 느끼는 밤을 매일 맞이하면 좋겠다.
고양이가 지키는 대웅전을 지나쳐 돌할머니를 찾아간다.
돌할머니는 1995년 7월 7일 이곳에 나타나셨다고 한다.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돌탑을
지나
돌할머니가
계신
곳에 입성한다.
옛날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돌할머니는 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 돌할머니는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누가 이 돌할머니에게 말을 걸고 소원을 빌 생각을 했을까?
왜 돌할아버지가 아니고 돌할머니일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마구 샘솟는다.
그래도 나는 나의 소원이 이루 어질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다.
인사를 하고 조심스레 소원을 말하고 돌할머니를 들어본다.
분명히 내가 들 수 있는 크기의 돌인데도 들리지 않는다.
한 번 더 영차하고 들어본다.
들리지 않는다.
서서히 미소가 그려진다.
올해의 나는 충만함이 가득한 매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고맙습니다 돌할머니.
다음에 또 올게요.
돌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나면, 그다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근심을 비우는 것이다.
해우소.
근심을 비우는 최적의 장소. 해우소
당장의 문제만 해결해도 살만하다.
근심을 푸는 곳. 해우소.
대천사의 해우소는 스님이 가는 곳과 여성과 남성이 가는 곳.
총 세 곳의 문이 바로 앞에 있다.
이렇게 열린 공간을 제공해 주셔서 지나가는 행인의 근심을 덜었습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내 새해다짐의 단어인 여유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사람은 단순하게 살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
지석골 소류지(늪지대)가 고즈넉하다
근심을 비우고 안정된 몸과 마음을 대천사 앞 벤치에 의탁한다.
고요한 물 위로 비치는 선명한 나무와 산과 하늘의 모습.
어느 것이 물인지, 하늘인지, 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은 모습이다.
불순물이 없는 고요한 물은 거울처럼 모든 것을 담아낸다.
말 없는 스승이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누군가 돌을 던져도 그 돌은 가라앉기 마련이다.
내 마음의 고요를 지켜내자.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지는 방법을 깨닫고 나를 다듬어 가는 것이다.
힘들게 올라온 길을 쉽고 여유롭게 내려간다.
힘차게 떠올랐던 오늘의 해가 안녕하기 아쉽다는 것이 눈부시게 빛난다.
해는 매일 뜨고 매일 진다.
유독 눈이 시리게 느낄 정도로 눈부신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너도 그러하니, 나도 그래.
그래도 안녕해야지.
그래야 꿈을 꾸고 내일을 잘 보낼 수 있으니까.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새해의 기분을 흠뻑 느꼈나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낀 하루였기를 바라요.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으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이 나의 하루를, 당신의 하루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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