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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벌거숭숭이 Apr 14. 2024

소식가와 함께한 대전 맛집 여행은

대전 현지인이 추천하는 성심당보다 더 만족하는 미식여행

나에게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친구가 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사람.

좋은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를 보러 가는 길이다.

봄에 태어나, 봄이 오면 저절로 생각나는 친구.

마음먹었을 때 바로 실천해야 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망설임은 나를 도태하게 할 뿐이다.

지난 주말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잡았다.

다행히 친절한 남편분의 배려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도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나의 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대전역 도착하기 전의 기찻길

기차를 타면 늘 설렌다.

여행의 필수요소이니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 기차 안은 북적거렸고, 설렘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나도 속해있는 기분은 뭉클함, 혹은 고조되는 기대감.

기차여행을 마치고 금세 대전역에 당도했다.

그리고 만난 성심당은 역시 사람 줄이 존재했다.

대전역사 안의 성심당도 줄을 섭니다.

나중에 갈 때 사가야지 생각은 했다.

아주 안일한 생각이다. 뒤로 미루면 그다음은 없는 거다.

역사 안을 누비는 사람들 손에 들린 성심당 빵봉투를 보니 역시 대전의 명물은 성심당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얼굴이다. 친구를 만났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다.

아이가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차는 집에 두고 편하게 왔다.

오히려 좋다. 대전역 주변의 괜찮은 맛집과 카페를 돌아볼 수 있으니까.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는 친구는 여전히 늘씬한 모습이었다.

곧은 자세와 깔끔한 패션.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

철저한 믿음이 생긴다.

그렇게 대전 미식여행이 시작되었다.

친구는 식탐이 없다.

소식을 하는 편이지만, 그만큼 마음 먹고 음식을 먹는다면 보다 맛있는 것을 먹지 않을까.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 맛집을 찾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Go를 외쳤다.

지하상가를 둘러보다가 만난 그곳

대전에서 진짜 유명한 떡볶이집

바로그집 지하상가 본점이라고 했다.

마음이 웅장해졌다. 12시 전에 도착했음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자리에 앉으니 테이블마다 태블릿이 있었고 쉽게 주문할 수 있었다.

모둠떡볶이 6,000원 비빔만두 7,000원 바로김밥 4,000원 사이다 2,000원 총 19,000원

바로그집 주문한 메뉴의 아름다운 모습

나는 평소에 떡볶이를 몹시 좋아한다.

1년 365일 매일 매 끼니마다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떡볶이를 말할 정도로.

바로그집 떡볶이의 맛은, 나에게는 낯선 맛이었다.

아이스크림 떡볶이로 유명한 집이라고 익히 들었다.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이집의 달다구리 한 양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떡 중간의 구멍에 양념이 잘 스며들어서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크리미 한 떡볶이, 깔끔한 맛의 김밥, 바삭한 식감과 새콤달콤 비빔만두는 나에게 커다란 행복을 안겨주었다.

성심당을 잊을만한 만족스러운 맛집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행복을 더 크게 만들어 주었다.

서로의 근황을 짧게 나누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니 마음에 안도감이 생겼다.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온전한 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내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이야기가 짙어질 것 같고 그릇도 비어가니 친구가 근처에 괜찮은 카페를 가자고 했다.

친구를 완벽하게 믿는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즐기고 나오니 바로 앞에 천원책방이 있었다.

천원책방 입구

몸의 양식을 채웠으니 이제 마음의 양식을 채워볼까.

조만간 친구집이 이사를 한다고 한다.

인테리어를 바꾸는데, 책장 가득한 거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꽤나 괜찮은 아동서적들이 많았다. 친구의 눈이 반짝거렸다.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섰다.

헌책방은 좋은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500원에서 3,000원까지, 균일가로 다양한 책들이 모여있었다.

만화책까지 보였다. 마음이 설렜다. 하루종일 설레는 중이다.

친구도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이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좋아했다.

알베르까뮈의 [이방인]과 [페스트],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

소중하게 안아 나왔다.

심지어 친구가 나 대신에 결제를 해줬다.

고마워요. 복 받을 거예요. 나한테 떡볶이도 사주고 책도 사주는 그대는 나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

무인서점이라 정직하게 계좌이체를 하고 기분 좋게 나올 수 있었다.

지하상가를 다시 돌고 돌아 핫한 카페에 금방 당도할 수 있었다.

오시우 카페 전경과 메뉴판. 그리고 빵

차가운 재질의 카페였다.

우리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시우 플로트와 오시우 베리를 주문했다.

핫한 카페답게 테이블과 의자가 편하지 않았다.

분위기를 먹는 카페. 음료만 맛있으면 되지. 나는 생각만큼 단순한 사람이다.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합을 맞춘다는 것이다.

테이블 위에 음료가 2잔 나란히 있다는 것은 함께할 누군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 맛본 친구의 플로트라는 음료는 흑임자 크림과 커피가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에 흑임자의 고소함이 균형을 맞추는 느낌. 역시 세련된 맛이다. 친구가 좋아할 만하다.

나는 유치한 입맛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딸기라테 위에 올라간 과하지 않은 단맛의 딸기아이스크림이 딱 내 취향이었다.

상대방의 기호에 맞춘 메뉴 추천과 그 결과는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그녀에 대한 신용도를 한층 더 올려주었다.

핫한 카페답게 카페 안은 굉장히 시끄러웠다.

그 소음의 일원이 되는 것이 퍽 즐거웠다.

반복되는 일상, 예측불가한 육아상황, 코앞에 닥친 이사예정으로 친구는 지쳐 보였다.

나에게는 그저 완벽한 사람인데, 본인 스스로는 그 삶을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적인 삶을 사는 친구의 모습에 새삼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소박하게나마 나의 짧은 식견을 친구와 나누었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다정하게 대해야 할 가족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화로 표현하지 않았는지.

나를 사랑하는 만큼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도 나를 더 사랑하게 되지.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의 견해를 귀 기울여 듣고, 좋은 방향을 곧바로 찾아내는 친구의 혜안에 나도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와 너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 줘서 더없이 고마운 순간이었다.

음료는 금방 동이 났고, 생수를 3컵정도 마신 후에 담소는 끝이 났다.

그리고 카페를 나서니 금방 쌀쌀해졌다.

일교차가 큰 것이 아직은 봄인가 보다.

나의 봄이 곁에 있으니 계절감이 다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배를 채우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역설적인 이 상황이 참 좋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대전의 또 다른 명물인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오씨칼국수 전경과 메뉴판

진정한 맛집은 메뉴가 단일화된 편이다.

우리는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으므로 물총칼국수 1인분과 순감자전을 시켰다.

사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것이 맛집 냄새가 솔솔 풍겼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감자전과 물총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와 김치와 감자전

맛집은 확실히 간이 좋다.

직접 갈아 만든 감자전은 쫄깃함보다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약간의 고추가 들어간 새총 칼국수는 간이 삼삼했고 안에 든 조개가 해감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이 칼국수집의 최고는 단연 김치에 있었다.

짜지 않은데 매운맛이 혀를 강타한다.

그 매운맛이 신기하게 혀만 얼얼하게 할 뿐, 꿀떡 삼켰을 때는 매운맛이 싹 가셨다.

두 눈이 커지는 맛이었다.

분명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술술 들어가는 맛이었다.

쫄깃한 칼국수 면발과 깔끔한 국물맛, 시원 매콤한 김치가 공격 들어오면 또 담백한 감자전이 기가 막히게 방어를 해준다.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친구도 한 점씩 먹게 되는 마성의 김치가 함께하니 젓가락을 테이블에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니 굉장히 만족해했다.

역시 믿음직스러워.

그리고 기차시간에 딱 맞게 역까지 마중을 해줬다.

이렇게 완벽할 수가.

정말 감사하다.

완벽한 하루를 보내게 해 준 친구에게 오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대전에서 친구와 함께한 오늘을 연료삼아 내일을 더 밝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외롭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뿌리 같은 존재가 내 곁에 있어서 참 좋다.

예전보다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우리가 가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그 거리감을 지켜내고 있는 게 아닐까.

오늘 만나서 참 좋았어.

늘 현실에 도태되지 않고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네가 자랑스러워.

너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부러워.

그리고 옳다고 생각한 일을 바로 시작하는 너의 실행력에 감탄한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친구의 다짐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에게 받은 사진은 그녀를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

자신 없는 일도 일단 시작해서 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반드시 잘 해낼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고, 나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잼도시로 유명한 대전이라는 도시는 나에게는 절대 노잼이 아니었다.

내 친구가 이곳에 존재하는 한 나에게 대전은 설레는 곳이고 좋은 기운을 받는 장소이다.

주말 인파에 밀려 성심당에 들러 빵을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나는 친구의 집들이에 참석해야 하니까.

또 보자 대전. 맛집의 도시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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