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별 중
나밖에 모를 것 같던 그 사람의 과거를 보았다.
한 여자의 눈을 바라보고
그녀의 손을 잡고
새벽 산길을 함께 거닐고 눈물을 닦아준다
나지막이 사랑을 중얼거리다가 이별을 고한다.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통곡을 하고
아끼는 카메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감출 수 없어 마구 셔터를 누르고,
그렇게 둘만의 추억이 담긴 필름을 현상하며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마음 깊숙한 곳에 소중히 간직한다.
몇 년 뒤에 그의 집에 놀러 간 내가
그 사진을 발견하여 온갖 상상을 다하며 질투 폭탄을 터뜨린다.
남자 친구가 옛 여자 사진 한 장 간직하는 것이 싫어
온갖 심술을 다 내보기도 하고
‘당신도 그러지 않았나요’라고 묻는 그에게
대답할 말이 없어 눈동자의 초점을 잃는다.
듣고 싶은 말을 정해놓고
그 말이 아니면 듣지 않는
직업병을 가장한 나쁜 버릇이지만
개미만 한 목소리라도 좋으니,
가끔은 빈 말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때 그 모든 것들은 전부 부질없는 것이었다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뿐이고
앞으로도 당신뿐이라고.
끝끝내 듣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런 당신이었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나중엔,
나 역시 당신의 새 사랑에 부정을 강요당할 존재가 됐을지도 모르니
그래도 당신은 그때처럼 미련하게 빈말을 하지 않을 테니
당시 뜨거웠던 나의 사랑에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