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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꾸 모여 꽃밭이 됐어

문장 수집

by 수비


마음이 자꾸 모여 꽃밭이 됐어

꽃을 좋아한다고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일상에서 꽃을 마주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내게 보내준다. 나는 이게 얼마나 수고로운 일이고 고마운 것인지 너무나 잘 안다. 그 사람들의 시간에 내가 들어갈 수 있어서 좋다. 예쁜 마음들을 한송이 한 송이씩 모으다 보니 내 마음에 어느새 시들지 않는 꽃밭이 생겼다. 변하지 않는다는 거,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소운《다정한 건 오래 머무르고》中


누군가의 취향을 기억한다는 건 다정한 일이다.


대학 시절 소중한 사람들이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충격받아 그들의 취향을 묻고 다닌 적이 있다. 이제는 가까운 이들의 취향을 한 두 가지 정도는 욀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매일 아침 건강한 음식을 차려먹는 걸 즐기는 사람, 매주 예쁜 운동복을 입고 발레를 가는 사람, 짱구 전 시리즈를 5번 이상 볼 정도로 짱구를 좋아하는 사람, 와인과 함께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시를 보여주고
여러 날

마음을 다 줄 수 없어
선물을 고른다
오래오래

오해 없으면 좋겠다

나태주《한들한들》中 '여러 날'


삶이 더 바빠지고 챙겨할 일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주변인의 취향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차마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때, 취향을 담은 선물 하나 건넬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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