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en:
"Why, sometimes I've believed as many as six impossible things before breakfast."-Alice in Wonderland
여왕:
"왜, 가끔씩 나는 아침식사 전에 불가능한 일을 6개 이상은 믿지."
뭘 그리는 거야?
왜 그려?
글은 또 왜 쓰는데?
그걸로 뭘 할 수 있는데?
구상이 끝나면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주로 아무 생각 없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처리? 해나가는 편이지만, 일단 이런 질문이 떠오르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작업을 지속하기 힘들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목적을 확실히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올 때가 있다.
처음엔 토해내듯 자기 치료 목적으로 시작했다.
그다음엔 오랜만에 손을 풀면서 그저 잘 쓰고 잘 그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단 생각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인스타 계정을 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나는 공모전을 찾고 있고 구독자 수나 팔로워 수에 연연하고 있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물론 아무 reward도 없이 일을 꾸준히 해나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강아지 훈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행동 떼라피에 따르면 자폐 아이의 경우도 작지만 즉각적인 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좋은 행동을 기억하게 만들고 강화 reinforcement 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남들이 묻기 전에 나 스스로가 먼저 나에게 다그친다.
'진짜 나는 이걸로 뭘 해 먹을 수 있는 거지?"
'입금되면 합니다'라고 말했던 어느 음악감독의 말처럼, (자아실현, 만족 이런 거 말고) 즉각적인 보상이 오지 않으면 좋은 습관을 계속할 힘을 잃게 된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현타가 와서 괴로왔었다.
그런데 나는 작년 11월부터 몸의 이상을 느끼고 12월 그리고 지금 1월까지 해결이 안 나있는 상태에 있다. 사실은 어제가 수술 날이었는데 코비드 환자 폭증으로 병원의 스텝들이 모자란다는 이유, 그리고 위험한 환경이라는 이유로 수술 전날 밤에 수술 날짜가 2월로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를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화풍도 시도해보게 되고, 아이에 관한 이야기 외에 이렇게 새로운 글도 쓰고 있다.
만약에 2019년에 그림과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2020에 계속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었다면, 난 지금 이 순간의 불안을 어떻게 달래고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지금 작지만 소중한 나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SNS에 올린 글을 공감해주시고 달아주신 선물 같은 댓글도 읽어보고 있다.
그곳에서 새롭게 알게 된 친구들의 엄청난 작업도 보고 있다.
불평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오늘 내가 이런 소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불안은 그것 자체로는 나빠보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어이없게도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글을 쓰면 쓸수록,
"한자리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해온 사람들의 엄청난 내공을 고작 다시 손을 풀고 그리기 시작한 지 2년 정도밖에 안된 내가 따라잡을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라며 반성하게 된다.
물론 나는 언젠가는 글과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며 인정받고 게다가 그것을 통해 돈도 벌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의 강점인 '꾸준함'을 잊지 않고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대할 것을 다짐해본다.
나는 오늘 아침 커피 한잔을 하면서 내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이뤄지는 상상을 해본다.
그것도 6가지 이상이나!
그러면 그곳에 도달하지 않은 오늘마저 행복해진다.
그리고 이것이 입금되지 않아도 오늘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는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