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1억을 모으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 '생일선물'이라는 글을 이곳에 올린 적이 있다.
아는 분이 자신의 생일에 맞춰 자격증을 취득해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분의 도전과 성취에 많은 자극이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이후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고 그 바램은 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바램을 바램으로만 끝내지 않기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면서 아이 때문에 안 되는 이유들을 나열하는 부정적인 마음 대신, 나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애썼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 때문에 오히려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하고 거꾸로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의 전환은 내가 그만큼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일.
결국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이야말로 저축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장난 같이 들리겠지만 세상엔 아무것도 안해야 잘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내 상황에 딱 맞는 무언가를 찾은 것만 같아 안도감 마저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분처럼 자격증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기에 어떤 종목을 택하던 상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그분도 나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말해 내가 시작한 '저축'은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고,
내가 그것을 성취하고,
그런 나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 이 일의 목적이었다.
벌써 1년이 지났다.
목표했던 1억에 꽤 가까워져서인지 매일 잔고를 열어보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위에 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며 쿨하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0를 세고 있자니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