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인디안썸머는 잠깐이다.

하굣길

by 손두부

오후 3시,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었다.

1분, 2분, 10분, 20분…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교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 앉아 아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걸어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무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노래 가사처럼 왜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린 적이 없을까.

학교 오피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이를 교실까지 직접 와서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학교에서 전화가 많이 왔었다. 아픈 아이의 증세가 요즘 들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학교를 계속 보내는 게 맞는 일인가 싶으면서도 하루 종일 집에 앉아서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나가서 친구들이라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를 보냈다. 근데 그게 아무래도 무리였나?


전화를 끊고 나는 서두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교실 방향으로 걸었다

햇살 가득 비춘 하굣길. 나는 무리와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아이의 무슨 행동 때문에 학교로부터 전화가 오고, 무슨 이유로 아이는 걸어 나오고 있지 않는지,

그 어떤 추측도 상상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모두의 속도에 맞춰 튀지 않게 걸었다.

단지 반대로 갈 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상쾌하다고 느꼈다.

햇살이 비췄다. 햇살이 따사롭다고 느꼈다.


문득 바람과 햇살이 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던 것 같다.

내 정수리가 보이겠구나. 천천히 거꾸로 가는 내가 보이겠구나.

나는 걷고 있는 내 발을 내려다봤다.

한 발짝씩 옮길 때마다 눌렸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잔디를 봤다. 잔디 안에 작은 쥐며느리도 봤다.

내게 스쳤던 쥐며느리는 동그랗게 오므렸다가 곧 안심한 듯 몸을 다시 폈다.

얘가 보기엔 내가 저 우주만큼 큰 존재일 거야.

나는 ‘우리의 삶의 시간’에서 볼 때 이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인간이란 ‘우주의 시간’에서 볼 때는 아주 짧은 순간 있다가 사라지는 존재라는 생각을 그 순간 했던 것 같다.

어떤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그날 나는 우리는 결국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 이렇게까지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나? 난 어서 집에 가서 저녁밥을 해놓고 맥주 한 캔을 들이켜고 싶은 인간일 뿐 이건만...'


하지만 그날 거꾸로 가던 그 길에서 끝날것 같지 않았던 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날은 정말 바람이 시원했고, 햇살은 부드러웠다.

한참을 걷다보니 멀리 보이는 길 끝, 교실 문 앞에 아이가 불안한듯 두손을 꼭 붙잡고 땅을 보며 서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아이를 마주 보고 섰다.

그리고 손을 잡고 말했다.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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