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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빚은 공간들

트렌드와 공간기획_250722

by 노준철

힘든 답사의 마지막날에 만난 작은 휴식같은 카페

건축답사, 인터뷰 등 목적으로 일본의 도쿄,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누구나 겪는 일이 있죠.

워낙 대중교통 여건이 좋고 보고 느끼고 싶은 장소는

많다 보니, 하루에 2~3만보를 걷는 일이 허다합니다.

게다가 5월이라 날씨까지 금상첨화였으니, 정신없이

걷다보면 숙소에서 '휴족시간'으로 잔뜩 부은 발을

달래며 기절하듯 침대로 들어가 잠이 들기 마련이죠.

오사카 엑스포장을 누빈 다음날 아침, 복귀의 아쉬움도

달랠 겸 숙소 인근의 블루보틀 카페를 찾았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구글 맵으로 검색해 찾은 곳이었는데

'I IN'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인테리어를 담당해

건축웹진에도 소개가 된 장소였습니다.

오사카 우메다 지역의 유리공예 작가와 협업을 통해

만든 테이블과 천장의 설치 조형예술품에 눈이

즐거웠습니다 :) 그 밖에도 일본답게 잘 정돈된 실내

마감재와 함께 깔끔한 디테일에 눈이 시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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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우메다 차야마치 블루보틀 커피의 실내. 지역 유리공예작가와 협업한 유리 테이블과 천장 장식이 돋보인다.


잘 만든 공간에서 느낀 오감으로 얻은 작은 위안

인터뷰 조율부터 답사지 선정, 의사결정 과정까지

출발 전부터 참 힘든 출장이었습니다. 그랬던 만큼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몸은 지칠대로 지쳤고,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을 업무 탓에 마음도 무거웠죠.

그런 출장의 마지막 날 오사카에서 만난 블루보틀의

공간, 그리고 그 2층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유리벽으로 싸인 공간 안에는 둘레를 따라

좌석이 배치됐고, 천장 미디어 스크린을 통해 주로

자연과 같은 이미지들이 흘러갔습니다. 소리 역시

이 방 안이라 기분 탓인지 몰라도 신비롭게만

다가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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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8750.JPEG 오사카 차야마치 블루보틀 2층에 마련된 방. 천장의 스크린과 스피커 등을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커피와 간단한 베이커리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자

이 공간에 들렀지만, 뜻하지 않게 2층의 특별한

공간에서 일종의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천장의 변화하는 이미지들과 함께 청각을

자극하는 신비로운 소리들은 마치 잠시 고민은 접고

좀 쉬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죠. 저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은 비록 아니긴 했지만, 짧게나마 경험한

이색적인 공간으로 마지막 날의 여정의 시작점에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됐죠.


실제 사용자가 디자이너 생각대로 공간을 느끼게 될까?

건축가, 공간디자이너가 생각한 컨셉을 실제 사용자가

공간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입니다.

제법 근사한 말과 수사로 디자인의 개념을 설명하지만,

그 의도대로 사람들이 느끼고 이용하는 사례가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 보면 생각만큼 많지는 않기 때문이죠.

특히 리테일 시설의 경우 공간에서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고객들의 시선이 쏠리다 보니 공간과 디자인

의도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공간 디자인 자체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렇게 제가

느낀 감각들이 웹진 등에 실린 작가의 의도와 맞아

떨어졌을 때, 참 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디자이너는 얼마나 짜릿할까.

마치 손님이 셰프가 의도했던 맛을 그대로 느끼고

감탄해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희열 같다고나 할까요.


의미를 어떻게 담을까, 고민이 깊은 만큼 감동은 더하다

같은 브랜드의 다른 공간이지만, 상하이 웨스트번드의

블루보틀 역시 지역의 영화(아시아 최대 시멘트 공장)를

묵직한 재료의 표현과 그 안에서도 잃지 않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경험하기 위한

랜드스케이프 구조물 들은 담백하고 진중하면서도

자연을 즐기기 위한 최상의 위치와 뷰를 고민한 흔적이

진하게 묻어나옵니다. 바구니 모양의 건물을 보면서

'바구니 같은 모양이구나'라고 말하게 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컨셉을 제대로 구현했다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용자가 내가 만드는

공간을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 이용하게 될 지, 그리고

어떤 것을 원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도 피상적인,

즉 쉬운 길보다 힘들지만 더 깊은 여운을 공간으로

전달해준다면 아마도 제가 차야마치 블루보틀에서

느꼈던 감정을 느낄만한 공간이 곳곳에 더 생겨나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아침을 더 빛나고,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공간들 말이죠 :)



1_시멘트 공장의 영화를 담다, 상하이 웨스트번드 블루보틀


2_자연과 대화하다, 북유럽의 랜드스케이프 공간들


3_좋은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 미슐랭의 공간을 만들다


4_화려함 대신 마음을 움직이다, 현대차 넥쏘 켐페인


5_헤더윅, 태국 전통 등 모티브의 복합개발 디자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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