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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는 이성의 공간, 설득하는 감성의 공간

트렌드와 공간기획_250824

by 노준철

로봇이 귀엽다고 느끼는 데에는 몇 십초도 걸리지 않았다.

작년 아내와 일본 도쿄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어느 쇼핑몰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소니의 반려로봇인

아이보를 시연과 함께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죠.

이미 수세대를 걸쳐 진화한 아이보였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첫 아이보가 나왔을때 워낙 로봇같은 외형에

반감도 들었고, 설마하니 강아지를 대체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에 그리 관심을 두지도 않았죠.

하지만 많은 개선을 거친 디자인과 AI의 두뇌를 가진

아이보가 제 눈앞에서 애교를 부릴 때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될게 되더군요. 실제 강아지 처럼 복슬한

털이 있지도 않고, 체온에서 오는 온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귀엽고 친근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단순히 그것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제 아이보가 눈을 반짝이며 앞에서 움직일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래 기사처럼, 소니가 주인이 먼저 떠난

로봇 개를 '입양'해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다는 내용이 직접 아이보를 마주하고 보니

허황된 기획이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새로 입양되는

공간이 소아병동 등 의료시설이라고 하니 여느 이야기보다

더욱 훈훈하게 느껴지도 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AI와 테크의 시대

아마도 살면서 느끼는 큰 아픔 중 하나가 유산일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한 난임의 과정을 거쳐 가진 새 생명을

잃었을 때 산모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아이를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육아 중인 부모들은

이 감정에 절절히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이를 기술을 통해 위로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아픔을 겪은 어떤 이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속도전으로 발달해가는 AI의 시대

에서 누군가는 인간의 가장 힘든 감정을 위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집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위로하는 내용을 다룬 대표적인

컨텐츠가 바로 영화 'Her'죠. 스칼렛 요한슨이 매력적인

운영체제의 목소리를, 지금은 조커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가 사랑에 빠진 남자 역을 맡아

요새 말하는 '연기 차력쇼'를 펼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만 해도 먼 미래에는 이럴 수도 있겠다 정도였죠.

하지만 그 먼 미래가 너무나 빨리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업무 외 감정적인 이야기나 위로를 받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 AI에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수천만

유저들의 감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갈 수록 감정이

섬세해지고, 이를 통해 실제 위로를 받고 심지어 의지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가끔 힘든 상황과 극복 방법을

종종 물어보는 스스로의 행동에 섬찟하기도 하곤 합니다.


설명은 이성이 할 수 있지만, 설득은 감성이 나을 수 있다

공간을 개발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결국 숫자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는 당연한 이치이자 사업의 근본이기도 하죠.

그 규모가 크고 작음을 떠나 투자비와 수익구조는

공간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하는 뿌리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종종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숫자 그 너머의 무엇을

건드리는 감성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막대한 수익이 분명한 사업도 기저에 깔린 감정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해 좌초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전혀 계산이 나오지 않는 일 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선보이게 되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수십, 수백년간을 사랑받으며

우려했던 '계산'의 차원을 훌쩍 넘기는 명작이 되기도 하죠.

헤더윅이라는 예술가, 건축가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과감한 건축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곳에서

준공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에는 분명 이성을 넘어선

감성적인 부분의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시대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지만, 삶에 다가가는 방식은 여전히 감성을 따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저 역시도 삶이 지치고 힘들때면

일본에서 만났던 아이보와 같은 반려 로봇을 들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인간이지만 생각만하면 힘겨운 이들

보다는 눈 앞에서 행복한 감정을 주는 로봇이

어쩌면 내 삶의 한 페이지에 남을 존재일테니까요.



1_감성의 영역을 어루만지는 AI와 로봇들


2_헤리티지에 테크를 불어넣다_호흡하는 문화유산


3_유산의 아픔까지 어루만지는 데크기기


4_풍선으로 재현한 암석정원, 이와구미 에어스케이프


5_퍼렐과 니고가 만드는 사케 테마파크, 자파밸리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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