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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매력은 시간, 재료, 이야기가 부딪히며 시작된다

트렌드와 공간기획_250811

by 노준철

서로 다른 시간의 만남을 주제로 삼았던 졸업작품

졸업작품을 전시한 지도 이제 2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오지만, 그 때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설계에 좌절도 하고 막상 마무리 하니

시원섭섭한 마음에 전시장을 배회하기도 했습니다.

졸업작품 만큼은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 해보자는

생각에, 덕수궁 정동길의 한 오래된 신문사 사옥을

리노베이션하는 주제로 작품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적으로 부족한 용도와 컨텐츠는 무엇일까

나름의 조사를 하며 '음악 박물관'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열정적으로 밤을 지새우며 디자인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아마 건축설계를 하며 처음으로

시간이라는 켜를 두고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의 만남을

다뤄본 때가 졸업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건축주와 건축가를 겸하며 '마음대로' 작업을

한 것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재미가 없는 것이

이상했던 프로젝트였을 것입니다 :)


음악박물관을 주제로 한 '04년도 졸업작품. 신아일보 사옥을 리노베이션을 주제로 삼았다.


건축가들의 강력한 모티브, 이질적 공간의 만남

작품 전시를 마무리하기까지 힘든 시간이었지만

건축대전 입선까지 하는 소기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신축과 리노베이션, 과거와 현재의 공존

과 같은 주제가 주는 매력을 학생시절을 마무리 하며

맛을 보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두 가지의 이질적인 공간-시간, 재료, 프로그램 등-을

병치(Juxtaposition)시킬 때 생기는 긴장감은 공간을

다루는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모티브를 선사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담은 공간은 제약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로 풍부한 이야기의 소재이자 공간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 주제를 정하게 된 이유도 샤포노스트

여행자 오피스를 담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죠.

수천년 전 로마 수도관을 바라보는 프로젝트라면

무지 어렵겠지만 얼마나 흥미로울까.. 싶었습니다.


드러내거나, 사라지거나. 다른 공간을 엮는 방식들

이질적인 공간의 만남을 건축가들은 다양한 언어를

통해서 디자인으로 풀어냅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토론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증축 프로젝트는

이 만남을 가장 과감한 방식으로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설계 초년생 시절에 이 사례를 보며

과연 저렇게 역사적 건축물의 흐름과 정반대로 풀어낸

증축 디자인이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한참이 지나서 현지에서 이 공간을 대했을 때, 역시

건축은 공간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완전히 다른 두 디자인 언어가

뒤엉켜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거침없는 선들이 주는

쾌감이 15년이라는 세월을 무색케 할 정도였죠.

반면에 오늘 꼭지인 샤포노스트 여행자 오피스는

반대로 풍경속으로 사라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자연 환경과 합일하는 재료와 유적을 반사하고

투영하는 창 까지, 무엇하나 역사의 흔적에 부담을

주지 않고 그 장소에 침묵하며 역할을 합니다.


2023년 방문했던 토론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과 리베스킨트의 증축부분. 역시 건축은 직접 경험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충돌을 즐기는 도시,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

흔히 우리나라에서 건축설계를 하면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프로젝트를 꼽으라고 하면 '사대문 안'에 위치한

것이라고 얘기하고는 합니다. 그만큼 역사적 유적이

많이 존재하고 발굴되는 장소이고, 규정과 심의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명 역사가 남긴 공간과 흔적은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건축가들이 역사와 대화를 하는 방식을

일률적인 규정, 그리고 고정관념으로만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과감하게

새로운 시대의 공간을 드러내며 짜릿한 충격과 쾌감을

선사할 수도 있고, 절묘하게 풍경 속에 묻히면서 침묵의

미학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가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옛것과 새것, 건축과 자연의 충돌을 한 방향으로

강제하기보다 많은 이들과 대화하며 풀어내는 일들을

시민들과 함께 즐기면 좋겠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누군가가 일률적으로 정의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1_침묵으로 대화하고, 풍경 속으로 사라지다. 샤포노스트 여행자 오피스


2_시간과 다름을 연결하는 재료, 코르텐강을 사용한 10개 프로젝트


3_헤르조그앤 드뫼롱, 버켄스탁 창고를 임스 박물관으로 만들다


4_호텔로 다시 태어난 켈로그 곡물 사일로, 켈로그 브레멘 호텔


5_농촌 마을이 요가 휴양지로, 아마사 리트리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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