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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고운 Oct 26. 2020

버리고 또 버리자

살림살이도, 대인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순간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의 정돈 상태는 어떠한가? 지나치게 많은 물건으로 둘러 쌓여 있는 건 아닌지, 너저분한 상태로 정신을 흩트려 놓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자. 집이 좁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어려서 장난감은 어쩔 수 없다는 등의 핑계로 정리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평소 소비 습관이 어떠한지도 짚어보자.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로 불필요하게 잔뜩 대량 구매를 하고 창고에 쟁여둔다거나, 필요가 아닌 욕구에 의해 습관적인 쇼핑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리 소비를 해도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공허할 뿐이다. 마음이 풍요로워야 하는데 말이다.


정리와 소비, 이게 엄마의 무기력과 우울감에 무슨 상관이 있을까? 뜬금없이 정리정돈과 소비습관을 왜 연관을 짓는지 어리둥절한 이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보자면 “집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 이기 때문이다.


정신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고, 이런 집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지배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공간에 무절제한 소비로 물건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면 당연히 정신도 산만해지지 않을까?




또한 소유욕을 내려놓아야 삶이 정돈될 수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나둘씩 물건이 쌓이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다 보면 정리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어느 순간 정리를 포기하고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참 안타까운 악순환이다. 이 얼마나 지혜롭지 못한 일 인가.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고쳐야 할 점은 바로 큰 고민 없이 쉽게 소비하는 태도이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몇 번만 까딱하면 집으로 원하는 물건이 도착하는 참 편하고도 신기한 세상. 즉 소비 권하는 사회인 것이다.


나의 경우 그릇이 넉넉히 있음에도 예쁜 그릇을 보면 자꾸만 또 집에 들였다. 아이들 옷이나 신발 등 이미 풍족함에도 불구하고 예쁜 디자인을 보면 구매하기 바빴고, 집에는 없는 색상이니 이건 꼭 필요하다며 소비를 합리화시켰다. 결국 쓰는 그릇만 주로 쓰게 되고, 입는 옷만 주로 입게 되는 걸 깨달으며 지금까지의 소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분별한 소비를 해 온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웠다.




막상 여행을 가면 텅 빈 숙소에서 최소한의 생필품과 옷가지만으로도 이틀이고 삼 일이고 너끈히 버티게 되지 않던가? 집에는 온통 불필요한 것들 투성이었다. 어느 순간 ‘비워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부엌 찬장에 숨어있던 식료품 재고는 물론이고, 창고 속에 켜켜이 쌓여있던 생필품, 그리고 몇 번 쓰지도 않으면서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는 화장품, 일 년에 고작 한 두 번 밖에 안 입지만 비싼 돈 들여 산 거라 아까운 마음에 지금까지 붙들고 있던 옷들… 정리할 것들이 태반이었다. 결국은 쓰레기통으로 갈 물건들에 나는 왜 이렇게 공을 들였을까? 이처럼 무가치한 소비를 왜 끊어내지 못했을까?


아이들 장난감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새로운 장난감을 사주면 그때뿐이고 다시 꺼내 보지 않았다. 보드게임도 다양하게 사줬는데 집중해서 가지고 노는 시간은 잠깐이었고,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냈다. 블록이나 맥포머스 같이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지속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똑똑한 장난감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재활용품으로 이것저것 만들고, 실컷 그림을 그리라고 준 이면지를 가장 좋아했다. 종이로 실컷 끄적이기도 하고, 풀과 테이프를 활용해 집도 만들고, 호텔도 만들고, 농구 경기장도 만드는 등 자신들만의 세계에 푹 빠져 만들기에 몰두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물론 이 또한 계속 쌓이면 짐이 되는지라 실컷 놀게 한 후, 사진으로 남겨두고 정기적으로 정리를 해오고 있다.


애나 어른이나 새로운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최소한만 남겨둔다면
정리하기도 한결 쉽다.

그렇게 심플한 삶을 살아보면 행복해진다.
자꾸 버리고 또 버리면서
집착했던 마음도 훌훌 털어버리고
시원하게 비울 수 있다.        



그 후로 나는 정말 실컷 원 없이 버렸다. 버리면서 이렇게도 많은 불필요한 짐들과 동거하고 있었음에 깜짝 놀랐다. 물론 상태가 좋은 것들은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기부를 하기도 했다. 처치가 곤란하다면 당근 마켓과 같이 중고거래 사이트에 무료 나눔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 잽싸게 낚아채 간다. 또한 자녀들도 정리에 동참시켜보자. 아직 어려서 방해만 될 것이라는 내 판단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도 버리는 일에 열심히 동참해주었다.


물론 그전에 현명한 소비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왜 버려야 하는지, 왜 정리가 필요한지를 인식시켜 주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엄마의 의견을 잘 따라주었고 주변 동생에게 물려줄 것, 계속 가지고 놀 것들, 버릴 것들 이렇게 잘 구분해주었다. 너저분하던 장난감방이 정리가 되고 물리적으로 여유 공간이 더 생기니 아이들도 신나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단 물건만이 정리 대상이 아니고 대인관계에도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엄마들 모임, 동창 모임 등 그룹에서 빠진다고 한 들 생각했던 것만큼 큰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별일이 생기지 않아 오히려 민망할 수도 있다. 정보가 딸려서 뒤쳐지지는 않을까, 그래도 중요한 인맥을 잃지 않을까 고민된다면, 망설일 가치가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카톡방에 쓸데없이 대화들이 쌓이고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피로감만 쌓인다. 확인된 사실이 아닌 추측성 정보들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면 괜한 걱정만 늘어난다. 차라리 선생님께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학교에 불만이 있다면 뒤에서 수군거리기보다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나의 목소리를 내자.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있고 건설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학교 발전에 이바지하는 편이 백 배 낫다.


자녀와 관련된 정보성 그룹 외에도 친구들 혹은 가까운 지인들과 단톡방에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지는 경우도 있다(사실 이런 경우가 더 무섭다). 하루 종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가족들과의 대화 또한 꼭 필요한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단톡방도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가능하다면 정리하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줄줄 새어 나가는 귀한 시간을 아끼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자. 생산적인 소그룹, 마음이 맞는 몇 명의 지인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들과 함께 충분히 아름답게 인생을 꾸려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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