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고운 Oct 26. 2020

건강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자

커피를 끊고 일어난 놀라운 선순환

아이 키우느라 망가진 내 몸을 제 때 돌아보지 못했다. 소화가 잘 안 되어도, 만성피로에 절어 살아도, 몸살약을 달고 살아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운동의 필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막상 잘 실천하지 못했다. 당장  쉬고 싶은 마음이 앞서 ‘나중에, 언젠가는 시작할 거야’ 라며 한없이 미뤘다.


아직은 젊으니까 버틸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나의 건강은 늘 뒷전인 채 몇 년을 보냈다. 피곤할 때면 고민의 여지도 없이 커피로 다스리며 카페인의 힘으로 버텼다.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큰 질병이 생겨 당장 입원해야 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었다. 한편으로 다행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살아온 셈이다. 설거지나 요리를 하느라 서 있는 시간이 많을 때면 어느 순간부터 다리가 너무 아팠다. 파스를 붙이고, 마사지를 하는 정도로 대충 넘어가려 했으나 세월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심한 날은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해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자연히 건강이 나빠지자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우울한 기분이 들며 의기소침해졌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어서 폭풍 검색을 해보았다. 병명이 '하지정맥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병원까지 가는 행동으로 이어지기에는 몇 달이 걸렸다. 현실적인 난관(애들 하원 시간, 병원 오고 가는 거리를 고려할 때 시간 부족 등)도 있었지만, 내 의지(이러다 낫겠지, 병원까지 갈 일인가)도 한몫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진단 결과 혈관이 역류해서 통증이 발생하는 하지정맥류가 맞았다.


다행히도 비교적 경증인 상태라 간단한 주사 시술로 해결되었다. 그동안 그토록 나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던 다리 통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이없게도 단 10분이면 끝나는 시술로 말이다. 물론 비용은 사악했지만,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아깝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을 가지고 끙끙 앓았다니 허무한 기분이었다. 상태가 호전되니 당연히 일상생활에 활기를 되찾았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또 하나, 결혼 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역류성 식도염이 회복되었다고 믿었는데 다시 재발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목소리까지 영향을 미쳤다. 정확한 병명은 만성인후두염. 코로나 19로 온라인 수업에, 어린이집 휴원에, 남편 재택근무까지 삼중고가 겹치며 도저히 목을 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상태가 악화되었다.


과거에도 만성 피로가 지속되면 쉰 목소리가 1~2달 지속되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해 왔던 터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6개월 이상 통증을 수반한 증세가 계속되고, 성대결절도 관찰되었다. 이비인후과 문턱이 닮도록 수시로 치료를 받으며 관리하고, 약도 꾸준히 복용했다. 이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게도 내 상태는 제자리였다.  


말을 안 하고 목을 안 쓰면 며칠이면 금세 낫는 병인데 엄마라는 특성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글프기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져 극도로 민감해졌다. 이 상태가 영영 지속된다면? 불안감에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밀려왔다. 차도가 없으니 결국은 병원 측에서 먼저 치료를 중단했다. 다른 병원에서 음성치료를 해보라는 권면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좌절감의 연속이었다.




가뜩이나 위축되어있던 내게 건강 이슈는 참으로 치명적이었다. 이러한 지긋지긋한 고질병인 만성인후두염은 어떻게 고쳤을까? 방법은 간단했다. 약 복용을 중지하고, 식사량을 반으로 줄였다. 그리고 그토록 애정 하던 커피를 끊었다. 커피의 효능은 둘째치고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남들보다 몇 배 큰 용기가 필요했다. 금연 금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비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들인 커피 용품들이 아까워서 슬슬 본전 생각이 났다.


디카페인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슬금슬금 디카페인 커피로 갈아타고 있었다. 목 상태는 여전했다, 아니 소화도 안되고 목이 답답한 이물감이 드는 등 더 심각해졌다. 이쯤 되니 사생결단이 필요했다. 디카페인이고 뭐고 아예 커피를 끊기로 결심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워낙 의지가 약했던 터라 집에 있는 커피를 완전히 처분했다. 커피를 유독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도 나의 커피에 대한 애정을 알고 있기에, 커피 끊기를 선언하니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습관적으로 마시고 있던 커피가 나의 건강을 해치고 있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리 걸리지 않았다. 커피를 완전히 끊고 나니 밀가루를 먹어도, 매운 음식을 먹어도, 심지어 레몬과 같이 산성 식품을 먹어도 괜찮았다. 물론 이런 음식도 최대한 자제해오고 있다. 또한 커피 못지않게 적게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식습관이었음을 느꼈다. 점차 소화가 안 되어 불편한 증상들도 개선되었다. 범인은 바로 과식과 커피였다. 이제는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도 절대 무리해서 많이 먹지 않는다.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적당량을 먹는다. 그리고 커피 대신 차를 마시며 마음도 다스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커피에 대한 허전함도 달랜다.




특히 죽어도 포기 못하겠다고 끝까지 붙들고 있던 '커피'를 끊고 나니 얻은 게 훨씬 많았다. 소화가 잘 되니 어떤 음식을 먹어도 기분이 좋았다.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왕 찾은 건강, 더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고 싶은 생각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나를 감싸던 무기력감이 서서히 달아나고 있었다.


‘커피’라는 즐거움을 포기했지만
내 삶의 전 영역에서
이른바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건강은 식습관과도 많이 연결이 되어있다. 나의 경우처럼 꼭 커피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술, 인스턴트 음식, 야식, 과식 등은 줄일수록 좋다. 평소 식습관을 점검해보고 때로는 단호한 결심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식생활 습관으로 꼭 지켰으면 하는 것은 삼시세끼 제 때 잘 챙겨 먹기, 음식 남기지 않기, 적게 먹기, 제철 식재료 먹기 등이다.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가는 것도 추천한다. 재래시장에서 저렴하고도 싱싱한 야채를 한가득 사 오면 마음까지 풍요로워진다. 직접 요리해서 감사한 마음으로 남기지 않고 먹는 습관을 길러보는 거다.




정리해보자면, 몸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정신 건강에도 당연히 해롭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자. 먼저는 증상을 찾아보고 병명에 따른 치료법을 모색해야 한다. 병원 진료를 받고 의료진의 처방을 잘 따라야 함은 물론, 평소 식습관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당장 몸무게를 줄이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목표로 두기보다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연스레 살도 빠지고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 건강한 삶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꼭 느꼈으면 좋겠다. 

    

이전 08화 버리고 또 버리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