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부부 동반 사업은 갈등의 연속

by 한고운

"남편이랑 같이 사업을 한다니, 든든하고 좋겠다!"라며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장점도 존재한다. 의사결정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을 언제 어디서든 같이 상의하며 답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재정적인 부분에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최소한 자금 관련 이슈 때문에 뒤통수를 친다거나, 사업이 틀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과연 사람들은 알까? 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요, 퇴근하고 집에 와도 마음에 안 드는 그 멤버가 내 눈앞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은 가히 절망적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거늘, 부부이기에 쉽지 않다. 의견이 다를 때면 결국 짜증이 폭발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툭툭 내던지곤 한다. 만약 회사 동료나 상사였다면 절대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지인들 중에 부부끼리 동업을 하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위대해 보인다. 그때는 몰랐지만, 내가 겪어보니 이제야 깨닫는다. 얼마나 서로 부단히 인내하며 치열하게 노력해야 가능한 일인지를.


예전에 신혼 초에 이사를 하고 화장실과 부엌 타일에 줄눈 시공을 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인상 좋아 보이시는 베테랑 부부가 시공을 하셨는데, 막상 작업이 시작되니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나 투닥거리시는지 지켜보는 내내 미칠 지경이었다. 제삼자인 나는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었고, 언성을 높이실 때마다 나는 불안하고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무려 16년 전의 일이지만, 그 차가운 공기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니 저럴 거면 같이 일을 하지 않는 편이 낫겠는데? 나는 남편이랑 나이 들어도 내내 사이좋게 지내야지.'라며 지키지 못할 다짐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었겠구나, 지극히 정상이셨구나 싶다. 물론 프로페셔널하게 고객 앞에서 티를 덜 내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부부가 함께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로맨틱하지 않다. 이미 진행 중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막 남편이나 아내와 무언가를 해보려고 준비 중이라면 제발! 지금이라도 멈춰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이다. 가정의 행복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




1. T와 F의 차이

효율성을 따지고 이성적인 나는 전형적인 T이다. 이에 반해 남편은 정 반대의 성향인 F. 감정이 풍부하고 즉흥적인 사람이다. 당연히 카페 운영을 하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 둘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공지사항을 게시할 때면 남편은 구구절절한 설명은 기본이다. 무슨 소설을 쓰냐고! 가만 보고 있노라면 영 탐탁지 않다. 가독성도 떨어지고, 그 많은 글을 누가 읽을까 싶은 생각에 회의감이 든다. 결국 간결하고 명료하게 내용을 대폭 수정하는 쪽은 항상 나. 하지만 너무 건조한 거 아니냐며 남편의 핀잔을 듣기 일쑤다.

좌측이 남편이 작성한 F 스러운 공지사항

우측이 내가 수정한 T 스러운 공지사항


손님들을 대할 때도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적정선을 절대 넘지 않고 필요한 대화만 하는 쪽은 당연히 나고, 매장 설명과 메뉴 설명은 기본이요 강릉으로 이주하게 된 스토리, 인테리어 컨셉 등 각종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쪽은 남편이다. N번째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의 대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상대방의 분위기에 따라 이런 대화가 잘 통하고, 우리 브랜드의 호감도 상승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남편이 지금보다는 과묵했으면 한다.


여느 카페나 식당을 갔을 때, 나는 그곳의 음료나 음식에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 일행 없이 홀로 방문했다 하더라도 오롯이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택시를 타도 기사님이 자꾸 말을 걸거나, 시시콜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며 원치 않은 대화를 억지로 이어나갈 때면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2. 그놈의 팀장병

남편은 20여 년간 회사 생활을 했다. 이에 비하면 나는 10년 정도 경력이니 상대적으로 쫄린다. 남편은 실무자보다 관리자로 지냈던 세월이 더 길다. 오랜 세월 팀원들을 이끌었던 리더의 위치에서 굵직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진두지휘했을 터. 그래서일까, '남의 지시는 절대 따르지 않겠다!'라며 결의를 한 사람처럼 보일 때가 많다.


유독 디자인 관련해서 수정사항을 이야기할 때면, 디펜스 하기에 바쁘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이런 의도가 있어서 작업한 거니 이대로 하겠다 등등. 객관적으로 볼 때 고쳐야 할 부분을 이야기한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라 불필요한 감정이 소모되기 십상이다. 고로 요새는 되도록 관여하지 않는다. 원하는 거 실컷 다 하도록 모든 권한을 주고, 나는 관심을 꺼 버린다. 이제는 싸울 에너지도 없으니까.


사업자등록증을 보면 엄연히 나와 남편은 공동대표이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는 절대 동등하지 않다. 늘 자기가 윗사람인 마냥 지시하고, 평가한다. 나의 의견을 가볍게 묵살해 버릴 때는 기본이요, 때로는 숨 막히게 분초단위로 쫗아대며 일을 재촉한다.


굳이 이래야만 할까? 상대방을 잘 구슬려서 기분 좋게 자발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도 있거늘. 하다못해 인턴사원에게도 이렇게 대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여전히 이런 방식의 업무 방식의 남편이 이해 불가다. (당신, 지혜로운 지도자 타입은 아닌 거 같아)


"아니 이럴 거면 그냥 내 이름 빼! 혼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나는 누가 봐도 바지사장이잖아?"라며 응수해 본들 그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래 잘났어, 당신. 나의 간절한 소원은 사업이 안정을 찾고, 하루라도 빨리 내가 빠지는 것.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나도록 응원해 줄 테니, 나는 이제 곧 이만 물러갈게.



3. 친절한 사장 VS 예민+까칠한 남편

우리 매장 모토는 <친절은 치사량으로>이다(비록 남편이 일방적으로 정한거긴 하지만). 그만큼 환한 미소와 밝은 응대를 매우 중요시한다. 강릉의 수많은 카페 중에 우리를 선택해 준 고객들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을까. 그래서인지 리뷰의 90%는 '친절한 사장님'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남편은 주문을 받을 때면, 메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기본이요(일부러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날씨가 추울 때는 따듯한 물을, 더울 때는 손 선풍기를 건넨다. 입장하면서부터 감동을 연타로 선사하며 극강의 고객만족을 추구한다.


크나 스푼을 실수로 떨어뜨리는 손님들에게는 날렵하게 5초 안에 뛰어가서 다시 건넨다. 웬만해서는 손님들 테이블로 직접 주문 내역을 가져다 드린다. 자기만족인가 싶어 나로서는 영 불만스럽다.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도 빠지지 않고, 단체 손님들에게 사진도 찍어드리면서 여기저기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왜 이럴 때면 영 심기가 불편해지는 걸까. (나도 까칠하구나 싶다)


친절함이야 우리의 큰 무기이지만. 이런 과도한 무한 친절은 only 손님들한테만 적용된다는 게 문제다. 그들에게 온 힘을 다해 친절을 베풀고 정작 가족들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특히 아이들은 꽤나 섭섭한 기색이다.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와 까칠한 표정을 보면 과연 동일 인물이 맞는지 의심된다.


SNS에 이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의 진실을 폭로해야 할까도 고민될 정도. 이 사람이 예술가적 기질이 있어 감정이 널뛰기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같이 일하다 보면 곤혹스럽다. 정말 별 일 아닌 거에 나한테 화풀이하는 식으로 기분 나쁘게 대하거나 일부러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언행을 보일 때면 주먹을 힘차게 한 방 날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니 제발! 매장에서는 지금 친절의 80%만 쓰고, 나머지 20%는 가족들에게 쓰기를. 손님들에게 몰빵 하지 말라고, 쫌!




남편의 입장에서는 또 내가 얼마나 별로이고, 같이 일하기 어려울까 싶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일 테니. 내가 옳다고 우기지만, 결국 내 판단이 틀릴 때도 있었다. 우리 매장의 굿즈를 고민할 때, 나는 실용적인 메모지나 볼펜을 제작하자고 했지만 남편의 고집으로 밀어붙인 두부 스퀴즈와 콩 키링은 매우 성공적으로 인기 몰이 중이다. '나라면 이런 쓸데없는 거 절대로 안 사.'라며 극구 반대했던 터라 나의 부정확한 판단이 참으로 당황스럽고 민망할 따름이다.


여전히 위생문제로 매일 싸우고 매장 운영 방식에 대해 이런저런 잔소리를 한다. 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주고, 어느 정도는 반영해 줬으면 하지만 별로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뭐 그리 빡빡하게 구느냐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적당히를 외치는 남편의 태도에 분노하는 이 무한반복 도돌이표는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

함께 사업을 시작한 지 곧 2년이 다 되어간다. 성적표를 매겨보자면 성공도 실패도 아닌 그 중간쯤이랄까. 그래도 최소한 우리의 과감한 결단과 사업의 시도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직장생활을 과감히 청산하고, 탈 서울을 해서 뭔가 일을 벌인 것은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니까.


앞으로도 지속해서 관계를 유지해 나가며 사업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테지만,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적당한 무관심과 관용을 베풀어 보겠노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