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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06. 2022

소통인줄 알았더니 강요였더라

부제 : 나는 이 관계가 괜찮은 줄 알았다.

우리 가족은 하루에 한번 식사는 같이 하고 그 식사 시간에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대며

상의도 하고 논의도 하고 조언도 하는 시간이 많았다. 부모님은 늘 그런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부모님으로 부터 얻은 인사이트를 활용하여 또래에 비해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위 친구들, 동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내가 좋은 사람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나는 부모님이 나를 잘 키워주셔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실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나를 잘 키워주신 방법 중에는 이런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나도 훗날 내 가정을 갖는다면 이런 소통의 사간을 자주 갖으리라, 아이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반대하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부모님과의 대화는 소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자유롭게 나의 생각, 행동, 의견을 말하고 주고 받는 소통인 줄 알았던 우리 가족의 대화는 나도 모르게 부모님의 기준과 상식을 강요 받는 자리였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린 나는 미성숙하고 아는 것이 많지 않으므로 부모님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았던 적이 많았을 것이다.

내 의견을 말하기 보단 나 어려운 상황을 꺼내면 부모님이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면서 상황을 슬기롭게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서른 여섯.

지금 나는 열여섯의 미성숙하고 어리숙한 어린 아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그 때와 똑같은 위치에서 나에게 걱정과 사랑이라는 방패를 들고 조언을 한다면서 그들의 기준과 생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명의 어른으로 존중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들의 딸로서만 바라보고 너는 아직 어리숙하고 세상을 모른다고 모자라고 미흡하니 자신들의 말을 들으라고 강요 받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다.

나는 아직 어리숙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독립을 하지 못하고 아직도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다투고 울고 지치는 이 힘든 시간들 속에서 제대로 성장하고 독립하기를, 더욱 단단해져서 온전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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