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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04. 2022

장녀와 막내에게 거는 기대 차이에서 오는 차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덕분에 나는 꽤 오랜 시간 외동딸로 자랐고 그 시간 동안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리고 태어난 동생이 너무 좋았고 별다른 질투 없이 나는 언니라는 포지션에 스무스하게 안착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뜻한다.


나는 꽤 똘똘한 어린이 었고, (어릴 때도 말을 잘했다) 부모님 자신들이 힘들게 자란 만큼 두 분의 소중한 첫 자식인 나에게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하셨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 온전히 사랑을 독차지했고 대신 기대도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동생은 나와 나이 차이가 7살이 난다. 

안 그래도 부모들은 첫째 키울 때와 둘째 키울 때의 양육 방식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나이 차이가 7살이나 나니 나와 동생을 키우는 방식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기인 동생과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는 나. 나는 어릴 때부터 동생을 업고 안고 먹이고 재우면서 자랐다. 

아기를 좋아했고 내 동생이니 더욱 끔찍이 아꼈다. 

자연스럽게 언니니까, 언니는 당연히, 언니라서 해야 하는 것들이 몸에 마음에 배었다. 

동생은 어리니까, 동생은 아기니까, 동생은 아직 뭘 모르니까, 이해되는 것들이 생겼다.

아직 작고 어린 동생이니까 내가 책임지고 챙겨야 하는 것은 당연했고 지금도 당연하다. 


나이 차이 나는 동생이면서 동생과 나는 성향도 스타일도 많이 달랐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했고 똘똘한 편이었고 사회성이 높은 편이었다. 학교 생활도 곧 잘했고 공부도 곧 잘했다. 부모님은 첫째 딸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셨고 당연히 나에게 거는 기대는 높아졌다.

하지만 동생은 어릴 때부터 무던했고 잘 울지 않았고 느린 편이었다. 말도 느리고 행동도 천천하 하는 타입이고 외향적이기보단 내향적이고 소심한 부분도 있었다. 숫기가 없어 학교 가서 친구 못 사귈까 봐 걱정하기도 하기도 하고 시험 점수 50점을 맞아도 잘했다고 칭찬해줬었다.

물론 내가 시험을 못 봤다고 혼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공부하지 않아서 점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는 혼이 났다. 그리고 나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점수를 잘 받는 것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당연히 열심히 했다.  


지금 와서 보면 부모님은 아마도 지금도 여전히 나에게 거는 기대와 동생에게 거는 기대의 크기가 달랐던 것 같다. 믿고 기대했던 큰 딸, 어리숙한 아픈 손가락인 동생. 

동생은 지금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며 제대로 된 어른으로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기대는 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믿었던 기대했던 나의 미래, 장래, 결혼이 본인들의 성에 차지 않아 나를 아프게 하는 말을 본인들도 모르게 쏟아내는 걸 보면 분명 그러하다.


동생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동생을 탓하고 싶지 않고 동생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에서부터 오는 차별은 나를 조금 억울하게 만든다.

같은 딸인데, 같은 뱃속에서 나온 같은 딸인데, 동생은 이해받는 것들을 나는 왜 이해받지 못할까.

동생은 당연히 되는 것들을 왜 나는 당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왜 동생은 아픈 손가락이고 나는 잘난 손가락이어야 하는 걸까 하는 억울함.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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