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 나는 착한 딸이었다.
내 나이 서른여섯
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크게 부모님을 거스른 적이 없는 그냥 착한 딸이었다.
학교 공부 열심히 했고, 큰 일탈은 없었다.
크게 아프지도 않았고, 크게 사고를 친적도 없었고, 공부도 그럭저럭 꽤 했고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도 아주 원만했다. 물론 부모님이 원하는 만큼의 좋은 성적으로 우수한 대학교를 가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잘 살아왔다.
내 부모님은 논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사람들이었고 가족의 안정과 화목을 중요시하는 분들이었다.
그들이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경제적인 서포트가 아쉬워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덕에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은 여행을 했고 많은 학원도 경험해 보았다.
강요보단 자율성을 인정받아 다니기 싫은 학원은 한 달 만에 그만두기도 하고 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물론 가끔은 나의 자유보단 가족이 중요하다는 강요와 압박에 내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만 하는 강제성에 스트레스받기도 했지만 그게 반항하고 일탈할 정도의 나쁨은 아니었던 듯하다.
나의 부모님은 인생에서의 큰 선택들은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는데,
가령 고등학교 시절 이과/문과를 선택할 때 나는 나의 짧은 식견으로 이과를 선택했다.
나는 사실 수학은 잼병이었는데 과학을 좋아했다. 생물, 화학, 지구과학을 좋아했기도 했고 그때 당시 이과에서 공대로 진학하면 대학도 잘 가고 취업도 잘된다는 말에 흔들렸던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때 나의 결정을 지지해 주셨다. 대학을 가던 시절에도 대학 입시원서를 넣는 것에는 같이 생각했지만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나였고, 그 역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부모님은 내 결정에 따라주었다.
후에 회사를 입사하고 퇴사하고 이직하는 것 역시 나는 내가 선택했다.
나의 선택에 있어 분명 후회하는 포인트도 있으나 나는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똑바로 잘 살아왔노라 생각해왔다. 적어도 결혼할 상대를 소개하기 전까진.
내가 결혼하겠노라 선포한 후, 나의 모든 인생이 잘못 산 인생처럼 한순간에 다른 평가를 받게 되면서 나는 수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게 되었다.
아직도 헤쳐 나가고 있는 그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