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나이가 들면 당연히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지금 30대 중반, 나이만 든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흔히 나이만 먹었지 어른이 덜되었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내가 나 스스로를 그렇게 느끼게 될 줄이야.
사회생활을 잘 해왔다.
스무살 이후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따로 떨어져 대학생활을 했다.
기숙사 생활도 아주 무리없이 해냈고, 그 당시 부모님은 각자 해외 생활 중이셨는데 큰 외로움 없이 잘 견뎠고 잘 지냈다. 이십대 초반 혼자 모은 돈으로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그 때 역시 나 스스로 그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버텨냈다. 첫 취업, 첫 퇴사, 이직 그리고 다시 퇴사,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며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려는 순간 미성숙한 딸인 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
여태 살아오면서 했던 수많은 선택 중 가장 큰 선택일 수도 있는 결혼.
그 결혼 상대를 선택하고 진행하고자 하는 지금, 여태까지 나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줄 알았던 부모님의 반대를 만났다.
물론 성에 차는 결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식이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그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택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 그리고 그 반대의 근거로 나의 과거의 선택들이 회자되는 것은 나를 굉장히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다.
성숙한 어른으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저 부모님 눈에는 미성숙한 딸일 뿐이었고,
나의 선택들을 인정해왔지만 사실 그들은 나의 선택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노라, 그리고 나의 선택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노라, 지금 내 인생이 꽤나 실패한 인생처럼 느껴졌다.
결혼할 배우자를 선택하고 내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진행하려는 순간
나는 나의 부모로부터 받았던 응원과 믿음을 모두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을 가져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