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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25. 2022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다행이야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늘 순종적이고 착하게 살아온 내가 이렇게나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은 남자 친구 덕분이다.

어찌 보면 내 부모님의 생각엔 모든 원흉 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렇지 않다.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럽고 착하고 생각이 깊고 마음이 참 예쁘다.

지금 이런 반대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티도 내지 않을뿐더러 가장 힘든 것은 나라고 늘 나를 위로하고 위한다. 속이 상할 텐데 나는 너무 속이 상하는데 자기는 괜찮단다.

우리가 나중에 정말 잘 돼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이 길이 부모님께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지금을 잘 견디고 잘 만들어서 부모님께 보여드리자며 나를 다독인다.


혼자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 늘 힘들어하고 속상한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알기에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가자고 손을 잡아주고, 부모님과 단판을 지으러 가겠다는 나에게 그러지 말고 우리가 조금 더 계획을 세워서 말씀드려보자고 나를 말리고, 혹시 부모님의 반대가 지속되어 남자 친구 부모님도 아셨을 때 부모님 역시 반대하면 어떻게 하냐는 나의 말에 걱정 말라고, 그럼 우리 둘이서만 살자고 괜찮다고 말한다.



과거 20대에 나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결혼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결혼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던 남자 친구였다.

그 친구는 직업의 전문성이 없는 편이었고, 집안도 평범했다.

그때 나는 20대 후반, 나의 부모님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 거냐며 나를 흔들었는데, 내 미래를 그려보니 그때의 남자 친구와 결혼해서 한국에서 사는 것이 굉장히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민을 가서 살자고 남자 친구에게 말했었는데, 그때 남자 친구는 해외 경험이 없었고, 용기도 없었고, 미래 계획도 없었다.

물론 나 역시 그땐 어렸고 나도 용기가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 결국 한국에서의 결혼이 불행할 거라고 판단해 버린 나는 부모님과의 대화 이후 이틀 만에 눈물의 이별을 고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슨 짓이었나 싶지만 그땐 그랬다. 그 친구와의 결혼 생활은 부모님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나의 미래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오만한 판단에 좋아하는 사람을 버렸고 눈물의 이별을 했다.


어찌 보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결국 부모님의 성에 차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니까.

그런데 매우 다른 점은 지금 남자 친구는 용기 있고 똑똑하고 함께 헤쳐나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어떨 땐 나보다 더 단단하게 굳건하게 흔들리는 나를 잡고 울고 있는 나를 달래고 휘둘리는 나를 나무라며 함께 한다. 부모님은 남자 친구가 미울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내가 혼자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 사람이 내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더 단단해져야 한다. 나쁜 마음먹지 말고 더 좋은 결과로 다가갈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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