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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23. 2022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최근 멀리 해외에 사는 동생과 오랜 시간 통화를 했다.

나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긴 했는데, 엄마와 내 얘기를 직접 나눠보고 난 후에 한 통화였다.

나를 통해 들었던 내 결혼의 반대 상황, 엄마를 통해서 듣고 나니 상황이 실감 난 듯했다.


엄마는 마음을 많이 닫은 상황이며 더 이상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점.


동생에 나에게 물었다.

만약 끝까지 엄마 아빠가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끝까지 나의 결혼을 반대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내가 괘씸하고 미워서 나를 더 이상 보지 않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쩔 수 없다. 다 큰 성인인 자식의 결정을 존중해 주지 않고 신뢰해 주지 않고 자신들만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 따를 만큼 나는 어리지도 어리숙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품어준 가족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사실 그들과의 연이 멀어진다고 해서 내 삶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더라도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랑 연 끊고 사는 것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누군가는 이런 나보고 독하다, 나쁘다, 배은망덕하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각오도 없이 반대하는 결혼 하려고 하냐고 물었던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결국 내가 이런 마음까지 굳게 먹게 된 상황이 된 것은 서로의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축복하고 환영하지 못하는 결혼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적어도 다 큰 딸을 믿고 신뢰해 주는 태도만 보여줬더라면,

탐탁지 않아도 아픈 말은 속으로 삼키고 조언만 해 주었다면 조금 더 돈독해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몸도 마음도 멀어지게 되진 않았을 텐데. 

그저 우리가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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