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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May 24. 2022

나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반대하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내가 나의 부모님한테서 느끼는 실망감, 상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36년을 살아오면서 그저 착한 딸, 순종적인 딸, 크게 반항 한번 안 한 딸로 살아온 것이 후회스러울 지경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나를 주장하지 않은 삶의 결과가 지금 이렇다는 것이.


나의 부모님은 그래도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들이었고, 늘 언제나 나에게 더 좋은 길을 제시해 주려고 노력했고 나 또한 그들이 제시한 방향에 잘 설득되었기에 큰 부딪힘 없이 같은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간혹 내가 하고자 하는 선택이 있었다면 한발 물러나서 나를 존중해줬고,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부모님의 더 크고 깊은 연륜, 지혜에 설득당해 나의 선택을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결혼을 하려고 하는 이 순간이 되자 부모님도 나도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다.

내 인생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연륜과 지혜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이 말하는 반대의 논리는 불확실하고 부정적이기에 더욱이 설득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논리와 근거로 나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한다. 


오죽하면 자신들이 이러겠느냐며, 이렇게 결사반대하는데 네가 그만두라고.


나는 그들의 자식이다.

평생 죽을 때까지 그들의 딸일 것이다.

하지만 평생 그들의 딸로서만 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 명의 인간, 나의 역할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고 어른이거늘 나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까지고 그들이 하라는 데로 시키는 대로 하는 그런 자신의 소신과 생각이 없는 어린 꼬마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인간으로 제대로 인정해줄까?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다고 해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도 모르겠다.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성인이 된 자식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인정하지 않는 상황은 너무 답답하고 힘이 든다.  


조금만 인정해 줬으면, 조금만 믿어 줬으면.

설령 내가 틀린 결정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곳이 가족 아닌가.

정말 힘든 날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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