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신뢰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불신을 경험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가 잘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걱정과 고민, 두려움은 늘 따랐지만 그렇다고 정말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의 가족이 나를 믿고 지지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내가 하는 것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었다. 조금 더 나은 길, 바른 길을 알려줌과 동시에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조언해주었고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해내면 "거봐,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나 스스로 나를 믿을 수 있도록 나를 격려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믿고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래서였을까.
살아오면서 한 수많은 선택들에 특별히 죽을 만큼 후회한 적이 없었다.
내가 한 선택들에는 아쉬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아쉬움마저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그때 그 순간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한다. 그래도 지금이 불행해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내가 한 선택을 믿었고 그 선택에서 주어진 것들을 최선을 다했다.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리라 생각했다.
반대하는 결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전폭적인 부모의 믿음, 신뢰가 깨어졌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불행한 미래 때문에 나를 신뢰하지 않으며, 나를 걱정하고 있다.
여태까지 나를 믿고 신뢰하고 지지해주던 부모님의 이런 모습은 나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살아온 나의 선택들의 결과가 불만족스러워 지금의 나를 믿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될 때 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과 같은 기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제대로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왔고 그 누구보다도 깊게 고민하고 선택했으며,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모님이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의 인생에 놓여있을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나를 충분히 믿을 수 있다.
내가 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