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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el Jun 07. 2022

정말 이 방법밖에 없었을까?

부재 - 부모님은 연을 끊자고 했다


결국 그 순간은 찾아왔다.

반대하는 결혼의 끝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


갑자기 집에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부모님 집에서 나는 마지막 통보를 받고야 말았다.


"너 그 친구랑 결혼할 거냐"

"네"

"그럼 이제 그 나이에 네가 하겠다는데 우리가 못하게 억지로 막을 수도 없고, 근데 아빠 엄마는 너한테 시간을 주고 네가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바뀔 여지의 모습이라도 보이길 원했는데 너는 이미 답 정해 놓고 꼼짝도 안 하니, 그냥 네가 하고 싶은데로 살아라. 이제 엄마 아빠한테 올 필요도 없고 그냥 너 알아서 살아"


라는 최후의 통첩


정말 이게 최선일까

아빠 엄마는 나의 결혼을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싶은 걸까.

너무너무 사랑한다면서,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을 정도로 이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 미래가 불행하고 힘들 것 같아, 그 모습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안 보고 말겠다고 말하는 부모님의 말이 도무지 나는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아 내가 하고자 하는 이 결혼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엄마에게 물었다

"정말 이게 최선의 방법이야? 내가 아빠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나한테 앞으로 그만 오라고 할 정도로 이 방법밖에 없는 거야? 나는 이제 성인이고 내가 하는 선택에 내가 책임을 지고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는데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


하지만 엄마에게는 나의 이런 말은 들리지 않는 듯했다.

"엄마 아빠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너는 생각해봤어? 생각해 봤는데도 너는 이 결혼을 꼭 해야겠어?


나는 아빠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자식에게 자신들을 무기 삼아 나에게 휘둘렀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

선택해.

그 결혼이야 우리야.

네가 그 남자랑의 결혼을 할 거라면 우리와 앞으로 볼 생각하지 마. 너는 너대로 살아.


정말 이게 최선인 걸까.

다 큰 성인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기 위하여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끊자고 말하는 이 상황이 나는 도무지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아 너무너무 속상해서 울면서도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과 내가 잘못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늘 사랑으로 헌신하고 희생에서 나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었던 엄마. 그런 엄마가 하지 말라는 이 결혼을 하겠다고 우기고 있는 나. 엄마는 아빠랑 나에게 최후통첩을 해 놓고서는, 이 결혼을 선택한다는 나에게 오히려 네가 우리를 배신했다고,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자신의 세상이 무너졌다고 서럽게 울었다. 너무너무 사랑했고 사랑으로 모든 것을 바쳐서 키웠는데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고 엉엉 울었다.

나 역시 엄마의 사랑을 알기에 너무나 미안하고 속이 상해 엉엉 울었다. 미안하다고 엄마 속이 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내가 더 잘나고 제대로 된 딸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었다. 이것은 진심이다.

하지만 내가 이 결혼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내가 하는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아빠 엄마는 자신들을 무기 삼아 나에게 자신들의 선택과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평생 착한 딸이었는데, 남자한테 홀려서 부모도 못 알아보고 이렇게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배신감 느낀다. 네가 어떻게 이래. 우리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아빠 엄마의 속상한 속마음이 이럴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이 남자와의 결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본인들의 품 안의 자식으로 두고 자신들의 기준과 선택대로 행동하지 않았을 때 내가 틀렸다고 나를 통제하고 억압하려고 하는 이 상황을 탈피하고 싶은 것이다. 반대하는 결혼을 극복하려고 책도 강의도 수없이 찾으면서 나를 알아가고 내 가족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나는 알았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보이는 모습 속에 통제하는 아빠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나도 모르게 아빠에게 위축되었고 아빠가 원하는 대로 삶을 그려가고 있었다. 상의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강요였고, 내가 원하는 작은 것을 내어주되 대부분의 큰 것을 자기 뜻대로 하며 늘 부족하다, 모자라다, 더 내놔라 하고 강요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아빠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으로 키웠는지 충분히 알고 얼마나 속이 상할지 알지만 나는 지금 이 결혼을 엎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의 통제로부터 제대로 한 번은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들의 통제 아래 살아가야 할 것임을 깨달았기에.


엉엉 우는 엄마 옆에서 미안하다고 울었다.

한 번만 봐주라고, 진짜 잘할 자신 있다고, 좋은 사람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고 우리가 미래를 그리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되냐고 빌었지만 엄마는 자신의 고집에 확고했다. 아빠는 내가 해왔던 것들을 모두 부정하며 자신의 기대와 성에 차지 않았던 나를 무능하다고 깎아내렸다. 

아빠 엄마는 내가 이 결혼을 선택하여 자신들을 배신하고 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아빠 엄마에게 나 혼자서 살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는 기다렸고 최선을 다해 나쁜 말 아픈 말을 뱉지 않았다. 나를 사랑해서 그렇노라 내가 아파도 참았고 아빠 엄마가 두 팔 벌려 환영하진 못해도 조금만 나를 믿고 이해해주고 기다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나는 최후통첩을 받았고, 버림받은 건 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빠 엄마는 지금 자신들의 사랑이 맞다고 확신하기에 자기들도 모르게 나를 통제하기 위한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를 썼을 뿐, 나를 정말 버리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닌 것을 안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주도권 싸움에서 나를 잃어가며 질 수 없어 나는 이 힘든 싸움을 지속해야 한다.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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